68년 된 시골 버스터미널, 20년 적자에도 문 안 닫는 이유
경북 의성군 금성면에 있는 탑리버스터미널. 1951년 개장해 올해로 만 68년째 운영되고 있는 이곳은 이 동네를 다른 지역과 연결해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시외버스가 다니는 곳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약 25명, 4월 초 찾은 터미널은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조용하고 한적했다.

경북 의성군은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지역 소멸 위기’에 빠진 곳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은 전국 228개 시·군·구 중에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터미널의 모습을 보니 실감이 났다.

68년 된 시골 버스터미널, 20년 적자에도 문 안 닫는 이유
인근 허름한 다방에서 올해 여든셋이 된 김재도 탑리버스터미널 대표(사진)가 나왔다. 그는 65년째 이곳에서 터미널을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창 사람이 많을 때는 하루 이용객이 2000명이 넘기도 했다”고 옛 기억을 꺼냈다.

탑리버스터미널은 1951년 버스 한 대로 운영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1954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고등학교 1학년 때 자리를 이어받았다. “그땐 지금의 버스와는 많이 달랐어요. 스타팅이라는 쇠막대를 엔진에 꽂아 힘껏 돌려야 시동을 걸 수 있었습니다. 부동액이 없어서 동파를 막기 위해 운행이 끝나면 라디에이터에 있던 물을 다 빼야 했던 것도 이제는 추억이네요.”

그가 기억하는 터미널의 전성기는 1990년대다. “1970년대부터 승객과 버스가 눈에 띄게 많아지다 1990년대 정점을 찍었습니다. 하루 이용객이 2000명이 넘는 날도 흔했죠. 시골인 걸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인원입니다. 대구행 버스는 20분에 한 대씩 있었습니다. 운행 시간표 칠판은 글씨로 빼곡했습니다. 지금은 희끗한 분필 가루만이 그 당시 상황을 짐작하게 할 뿐이죠.”

지난해 안동행 노선을 폐지하면서 현재는 대구로 가는 노선만이 남았다. 김 대표는 “2000년대 자가용이 많아지고, 이 지역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터미널도 적자가 나기 시작했다”며 “부족분은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20년간의 적자에도 그가 터미널을 닫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용객 대부분은 대구에 있는 병원에 가는 노인들입니다. 이 터미널이 사라지면 의성시외버스터미널까지 힘든 걸음을 한번 더 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죠. 한 마을에 대학교 나온 사람이 5명도 안 되던 시절에 대학을 졸업했다는 이유로 각종 조합의 대표를 하는 등 마을의 중요한 일을 많이 맡았습니다. 그런 제가 장사 명목으로 터미널 문을 닫는 건 도리가 아니죠. 죽고 나면 뭐 하겠습니까. 몇 푼 있는 돈 다 쓰고 떠나야죠. 적자 때문에 고생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의성=FARM 오세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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