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로열티 月 20만원만 받아…'제2 백종원' 꿈꾸는 숭실대 동기
숭실대 동기인 박병진(34·왼쪽), 양형석(33·오른쪽) 씨는 졸업 직후 ‘제2의 백종원’을 꿈꾸며 의기투합했다. 2013년 12월 서울 상도동 숭실대 근처에서 종잣돈 5500만원으로 김치찌개 전문점 ‘백채’를 열었다. 장사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상도동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지인과 단골손님들이 점포를 내고 싶다고 문의해왔다. 일단 가맹점을 내주면서 비용을 최대한 줄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하나둘씩 늘어난 가맹점이 5년 새 150개가 됐다. 수도권에만 130개 가게가 있다. 이들은 백채의 성공을 발판으로 스터디카페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가맹점과 상생 경영 펼치는 백채

백채를 운영하는 법인 심플맨은 박 대표와 양 대표가 각각 37.5%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백채 가맹점이 크게 늘어난 데는 두 청년 최고경영자(CEO)의 상생경영 의지가 한몫했다. 로열티를 매출에 연동시키지 않고, 한 달에 20만원만 받기로 한 것이 컸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백채 김치찌개를 하면 같은 매출을 올려도 다른 체인점보다 더 벌 수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로열티로 벌어들인 돈은 레시피 개발과 질 좋은 식자재 구입, 물류와 인테리어 비용 줄이기 등에 재투입했다. 두툼한 고기로 맛을 낸 백채표 김치찌개는 금세 ‘가성비 갑’ 음식으로 입소문을 탔다. 음식 장사만 다섯 차례 실패했던 한 가맹점주도 백채를 열면서 월 수익 1000만원을 올리고 있다. 가맹점 모집 광고를 하지 않고, 입소문만으로 매년 30~50개씩 점포를 늘려올 수 있었던 비결이다. 양 대표는 “가맹점이 망하면 본사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본사는 적정 이윤만 얻고 가맹점주의 비용을 최대한 줄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플맨은 식자재회사 심플에프앤비, 인테리어회사 이도공간연구소 등도 설립해 백채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최근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기술보증기금 등으로부터 37억원을 지원받았다. 이 돈으로 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 부지를 매입하고 고기공장을 세웠다. 올 7월부터는 자체 물류시스템을 갖춰 가맹점에 제공하는 식자재 단가를 더 낮춘다는 구상이다. 백채 김치찌개의 핵심 재료인 김치도 직접 담그기로 했다. 이를 위해 연내 김치 회사를 인수할 계획이다.

스터디카페로 사업 확장

김치찌개로 재미를 본 두 청년 CEO는 스터디카페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들은 현재 서울 신촌과 노원, 경기 고양시 등에서 스터디카페 ‘거북이의기적’ 직영점 7곳을 운영 중이다. 가맹점을 모집하는 방식으로 점포 수를 1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백채 프랜차이즈의 성공 경험을 거북이의기적에도 적용하기 위해서다. 거북이의기적 초기 사업자금 15억원은 모교 은사인 안시형·송인찬·서준식 교수 등을 포함한 지인들이 댔다.

이들이 스터디카페에 주목한 이유는 대입, 취직, 자격증, 외국어 등 공부 수요가 넘쳐나는 한국 사회의 특성상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역세권 등 번화가보다 조용한 곳이 더 각광받는 스터디카페의 특성상 임차료 등 투자금이 적게 든다는 점도 감안했다. 운영인력이 점포당 2~3명이면 충분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연간 또는 월간 회원으로 가입하면 전국 어느 곳에서든 스터디카페 서비스를 동일하게 받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거북이의기적이 가맹사업에 본격 나서면서 이들의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북이의기적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100여 개로 확장해 브랜드화에 성공할 경우 상장까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FARM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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