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게임업계의 ‘총아’였던 네시삼십삼분(4:33)의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한때 기업가치 1조원을 눈앞에 두기도 했지만 연이은 적자로 가치가 크게 줄어들었다.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자회사와 관계사도 실적 부진에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한때 유니콘…'4:33' 다시 날 수 있을까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비상장사 네시삼십삼분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이 625억원으로 전년보다 23.5% 감소했다. 2013년(277억원) 이후 가장 적은 매출이다. 영업손실은 432억원으로 4년 연속, 순손실은 608억원으로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이후 완전자본잠식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적자가 누적된 결손금이 2031억원에 이르러 지난해 자본총계가 -1101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네시삼십삼분은 2014년까지만 해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넷마블과 비교될 정도로 장래를 촉망받는 회사였다. ‘수호지’와 ‘활’ ‘블레이드’ 등 내놓은 게임마다 흥행하며 2013년 277억원이던 매출이 2014년 1160억원으로 네 배 넘게 급증했다.

투자도 이어졌다. 2009년 설립 당시 위메이드가 40억원, 2011년 조이맥스가 30억원, 2013년 한국투자파트너스와 LB인베스트먼트가 90억원을 투자했다. 2014년에는 중국 텐센트 계열사인 스카이블루 뱅가드 인베스트먼트와 라인(네이버 일본 자회사) 계열사인 라인씨앤아이로부터 약 130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텐센트와 라인으로부터 5000억원 넘게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흥행작을 내놓지 못하면서 추락이 시작됐다. 네시삼십삼분은 2013년 이후 총 2786억원을 다른 게임사 인수와 지분 투자에 썼다. 하지만 이 선택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해 연결 종속기업 19개 중 18개가 순손실을 냈다. 이들의 손실 규모는 총 462억원에 달했다.

모회사의 추락은 상장 자회사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코스닥 상장 자회사인 썸에이지는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지난해 주가가 33.0% 하락했다. 올해 매각 기대로 25.2% 반등하기는 했지만, 아직 작년 연간 손실을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권준모 네시삼십삼분 의장의 개인 회사인 프라즈나글로벌홀딩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액션스퀘어는 지난해 72.5%, 올 들어 10.5% 하락했다. 연이은 적자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탓이다.

네시삼십삼분 관계자는 “네시삼십삼분이 자체 개발한 ‘복싱스타’가 북미 등에서 흥행하며 별도 영업손실은 2017년 187억원에서 작년 12억원으로 대폭 줄었다”며 “액션스퀘어와 썸에이지도 게임 출시와 플랫폼 다변화, 글로벌 시장 공략으로 올해 실적 개선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썸에이지나 액션스퀘어 모두 매각 계획은 전혀 없다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 외부에선 “단번에 흐름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초창기만 해도 아이디어만 번뜩이면 흥행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유행이 빨리 바뀌고 경쟁이 치열해져 흥행작을 내기가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