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클라이맥스 다음에 온다
많은 사람이 지금을 위기라 얘기한다. 올해는 물론 내년 경제 성장률 예상치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일자리와 가처분소득은 줄어드는 반면 가계 부채는 늘고 있다. 우리 경제의 활로라고 기대했던 남북한 경협도 지지부진한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그런데 국민 대다수는 말로는 위기라 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나라가 위기라면 정치인들은 머리를 맞대고 위기극복 방안을 만들어야 할 텐데, 정해진 국회 일정도 잘 지키지 않으면서 정쟁만 일삼는다. 해외관광객은 대폭 늘어나고, 여행수지는 큰 폭의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분명히 가계부채는 계속 늘어나는데 어떻게 삶을 즐길 여유가 같이 늘어나는가?

위기 여부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 증권시장이다. 기업 이익의 증감에 따라 주가가 변하고 지수가 변하는 것이니, 기업이익의 급감 여부가 우리 경제의 위기 여부를 결정하는 단서가 될 수 있겠다. 얼마 전 미국 시장도 일부 기업의 실적 하향과 경제지표 부진을 이유로 하락조정을 크게 받았다.

올 들어 우리 시장은 2월 중순까지 저평가 인식이 강해지며 외국인이 적극 매수에 동참해 강하게 상승했지만 그 이후로는 지지부진하다. 많은 사람이 지수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내려갈 일만 남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우리 경제와 증권시장에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란 전망에 의문이 생긴다. 우리 경제에서 최근 대단한 성과의 클라이맥스를 느껴본 적이 있는가?

우리 산업이나 경제지표 중에 우리를 흥분시킬 만한 데이터가 나왔는가? 장기 전망이 어둡다는 요즘,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1%가 나와서 웬만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의 성장을 했고, 한국의 경기선행지수가 바닥을 확인한 뒤 점차 우상향했다는 정도다. 우리가 진정한 위기를 논하기에는 그 바로 전 상황인 클라이맥스가 없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힘든 일이지만 버티다 보면, 침체나 위기 전에 분명 절정의 순간이 올 것이다. 그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