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부동산 세법…거래 묶는 '족쇄'인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부동산 관련 세금 규정이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해졌다. 2017년 ‘8·2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12·13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대책’이 나왔고 지난해엔 종합부동산세 개편과 세법개정안,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쏟아졌다. 최근엔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까지 나왔다. 세금 부담이 높은 양도소득세의 경우 세무사조차 복잡한 규정과 책임 때문에 수임을 꺼릴 정도다.

세법은 사례마다 어떤 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판단이 어렵다. 관련 분야 종사자가 느끼기에도 어렵다면 일반인은 더욱 답답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복잡한 규정은 결국 세금이 무서워 팔지도 사지도 못하게 묶는 족쇄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절세는 재테크에서 필수다. 어렵더라도 꼼꼼히 챙겨보고 확인해야 한다. 양도세부터 살펴보자. 8·2 대책의 핵심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처분할 때 기본 세율에 10~20%포인트를 중과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배제하는 게 골자다. 조정지역 내 1주택자 비과세 요건도 강화됐다. 기존엔 2년 동안 보유하기만 하면 세금을 안 내도 됐지만 8·2 대책 이후 취득한 주택은 거주기간 2년을 채워야 비과세가 가능하다.

지난해 9·13 대책에선 일시적 2주택 비과세 특례를 손봤다. 조정지역 1주택자가 조정지역에서 새롭게 주택을 취득했다면 2년 안에 종전 주택을 팔아야 양도세 비과세를 받을 수 있다.

가장 최근 나온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은 어떨까. 개정안의 1주택 비과세 요건은 더욱 까다로워졌다. 다주택자가 다른 주택들을 처분하고 1주택자가 된 경우 1주택이 된 날로부터 2년을 보유(조정대상지역은 거주)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세금 계산에서 또 하나의 관문이 되는 주택임대사업자를 알아보자. 일단 어렵다. 임대사업자의 혜택과 의무를 이해하기 위해선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민특법)’뿐 아니라 ‘지방세특례제한법’, ‘소득세법’,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종합부동산세법’ 등도 확인해야 한다. 중요한 건 이들 개별 법에서 요구하는 요건과 의무임대기간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컨대 단기민간임대와 장기일반민간임대의 임대주택은 민특법상 의무임대기간이 각각 4년과 8년이다. 하지만 소득세법에서 거주주택 비과세특례를 따질 때는 5년 이상 임대해야 하고, 조특법에서 장기보유특별공제와 양도세 감면을 적용받을 때는 10년 이상 임대해야 한다. 일반인이 스스로 이해하기엔 너무 복잡한 규정들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문의를 구청이나 세무서에 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분야에 해당하는 내용으로만 답변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 확인했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지난달엔 세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이 공포됐다. 임대사업자 등록으로 얻을 수 있는 세금혜택의 조건에 임대료 연 증가율 5% 상한선이 설정됐다. 기존에 조특법과 민특법에 있던 내용을 나머지 법에도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 이 ‘5% 룰’의 기준점을 두고 해프닝도 있었다. 기획재정부가 추가 설명까지 나섰지만 기존 계약까지 소급해 5% 룰을 적용할 것인지, 임대사업자 등록 이후 새로 임대차계약을 맺는 분부터 5% 룰을 적용할 것인지 해석이 모호해서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이어 나온 부동산 규제는 투기 수요를 차단해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세법 때문에 정부 정책에 따라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이들까지 어려움을 겪거나 일시적 2가구가 된 이들까지 혼란을 겪고 있다. 최소한 이들을 이해시킬 수 있는 전문인력과 시스템, 명확한 법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