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롯데칠성음료의 10대 1 주식분할 결정이 화제였습니다. 주가가 170만원을 넘어 ‘황제주’로 불리는 주식입니다. 주가가 너무 올라 주식분할을 요구하는 투자자들의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었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주식을 합치는 기업들도 있습니다. 주식병합이라고 합니다. 유통주식 수를 줄이고 저가주라는 이미지를 탈피해 주가를 높이겠다는 의도입니다. 하지만 주식병합을 발표하는 기업은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경우가 많아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지난 12일 코스닥 상장사 제이스테판이 주식병합을 공시했습니다. 액면가를 100원에서 1000원으로 높이는 대신 발행주식 수를 2억6734만8874주에서 2673만4887주로 줄인다는 계획입니다. 회사는 “적정 주식 수 유지를 통해 기업 가치를 높이고 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동전주’에서 탈피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 종목의 14일 종가는 187원에 불과합니다. 10개 주식을 하나로 합치면 신주 상장일인 5월 17일 주가는 1870원(14일 종가 기준)으로 올라갑니다. 최근 주식병합을 결정한 SGA(530원→1060원·14일 종가 기준)와 에치에프알(2150원→1만750원)도 5월에 주가가 병합 비율만큼 상향 조정될 예정입니다.

주식병합 발표가 실질적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을 줄까요? 제이스테판 주가는 일단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 12일부터 사흘간 14.7% 올랐습니다. “주식 수가 줄어 희소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반응이 일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효과가 신통치 않습니다. 2015년 이후 주식병합을 한 22개 기업은 거래 재개 당일 평균 2% 올랐습니다. 하지만 한 달 뒤 평균 수익률은 -10.1%입니다. 6개월(20개 종목)과 1년 수익률(15개 종목)은 각각 -0.1%와 6.2%입니다. 4개 종목이 급등한 영향으로 평균은 비교적 높지만 중간값은 각각 -14.1%와 -3.2%입니다. 지투하이소닉은 지난해 주식병합으로 주가가 2945원으로 높아졌지만 다시 798원으로 떨어진 뒤 거래정지됐습니다.

이론적으로 주식병합은 기업 가치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주식병합과 상관없이 오를 주식은 오르고, 내릴 주식은 내린다고 말합니다. 주가는 결국 기업 실적 등에 좌우된다는 뜻입니다. 제이스테판은 2016~2018년 영업적자를 냈습니다.

임근호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