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락장에서 돋보였던 ‘2차전지 상승 랠리’의 주역은 LG화학 등 2차전지 생산 업체와 포스코켐텍 등 배터리 소재 업체였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의 성장으로 이들이 설비투자를 대폭 늘리고, 최근 2차전지 발화 사고로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자 관련 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에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차전지의 안전성을 높이는 장비 제조업체로는 지난해 말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새내기주’ 이노메트리와 대보마그네틱이 꼽힌다. 2차전지 소재 및 생산 단계에서 쓰이는 장비를 만드는 피앤이솔루션과 피엔티도 시장 성장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장비 업체 수주 급증 전망

이노메트리는 6일 코스닥시장에서 450원(1.75%) 오른 2만610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0.2% 떨어졌다. 이 회사는 엑스레이를 투사해 2차전지에 결함이 있는지 가려내는 검사장비를 만든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LG화학과 삼성SDI 등 글로벌 2차전지 제조사 다수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2차전지의 폭발 위험을 제거하는 전자석 탈철기(EMF) 생산기업 대보마그네틱도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1.2% 오른 6만5600원에 마감했다. 올 들어 7.6% 하락했지만 공모가(3만1000원)를 배 이상 웃돈다. 2차전지의 주요 소재인 양극재에 소량의 철이 불순물로 섞이면 발화 사고가 날 가능성이 커지는데, 전자석 탈철기는 이 철을 빼내는 장비다. 윤철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회사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70%로 전기차 시장 성장의 수혜를 그대로 누릴 수 있다”며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기능에 주목했지만 최근 안전성이 화두가 되며 이노메트리와 대보마그네틱의 성장성도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피앤이솔루션과 피엔티도 이날 각각 0.4% 상승했다. 피앤이솔루션은 2차전지가 전기 성질을 띠게 하는 활성화 장비를 만든다. 피엔티는 2차전지 부품인 분리막 등을 만드는 롤투롤 장비 제조기업으로 가치투자자문이 이 회사 지분 7.1%를 갖고 있다. 안주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의 2차전지 보조금 지급 정책이 2020년까지 점진적으로 폐지되며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중국 업체들은 이에 대응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설비를 증설할 것”이라며 “2차전지 제조 공정에서 필수로 쓰이는 장비들의 수주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2020년까지 매출 연 30~40% 증가

전문가들은 장비 업체들의 실적이 올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보마그네틱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2억원으로 전년(46억원)보다 9.4% 줄었다. 그러나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17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77.2% 증가할 전망이다. 피엔티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69.2% 줄었지만 하나금융투자는 피엔티의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656.3% 늘어난 239억원일 것으로 예측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차전지 장비 업체들의 합산 매출이 2020년까지 연평균 30~40%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글로벌 2차전지 업체들의 설비투자(CAPEX) 규모는 120억달러(약 13조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라며 “지난해 장비 업체들의 실적은 신규 장비 개발과 인력 충원 등의 비용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대규모 수주를 따내며 수익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