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에 관심 쏠린 사이…슬그머니 오른 기아車
지난해 10월 하순 ‘바닥’을 찍은 뒤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기아자동차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약 3개월간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저평가 매력이 여전한 데다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차 판매 기대도 커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엔화 가치가 올라 가격 경쟁력이 확보된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수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아차는 전날과 같은 3만7000원에 마감했다. 장중 3만7300원까지 오르며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1년 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해 10월25일 1년 내 최저가(장중 기준 2만6200원)를 찍은 뒤 41.22% 올랐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쌍끌이’ 매수로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올 들어 이날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04억원, 723억원어치의 기아차 주식을 사들였다.

자동차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안정적 실적을 내고 있는 게 주가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기아차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382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3% 늘어났다. 발표 전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차는 작년 4분기에 중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판매량이 늘었다”며 “다만 주요 시장인 러시아 등 신흥국의 통화 약세로 판매량보다 매출 증가폭은 적었다”고 설명했다.

“실적 바닥 찍었다”

기아차는 올해도 실적개선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1조637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41.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신차에 대한 기대가 크다. 미국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텔루라이드와 쏘울 등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고, 지난해 부진했던 중국에서도 전용 SUV를 출시할 계획이다.

기아차는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올해 판매량을 각각 3%, 1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재고가 거의 소진돼 비용 부담이 줄어든 가운데 신차 출시가 예정돼 있다”며 “경쟁사보다 빠르게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부터 판매보증금 비용이 뚜렷이 줄고 있다”며 “영업이익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미국에서 딜러(중개인)에게 3000달러 후반대의 판매보증금을 준다. 이는 현대차보다도 30% 이상 비싼 금액이다.

오는 9월부터 인도 공장이 가동되는 것도 호재로 꼽힌다. 인도는 중국 시장과 견줄 만한 시장 크기와 성장성을 가진 나라로 중국에서의 부진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인도에서 자동차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 가운데 새 공장 가동이 시작되는 데다 현대차와의 협력도 가능해 중장기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화 가치 상승도 주가 강세의 배경이다. 지난해 12월 113엔대였던 엔·달러 환율은 올 들어 110엔대 전후에 머물고 있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엔화 강세로 주요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평가 매력 여전

아직 밸류에이션은 매력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아차의 올해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주가/주당순이익)은 7.85배로 현대차(10.17배)보다 낮다.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주당순자산)도 0.51배에 불과하다. 유 연구원은 “3개월여 동안 쉼 없이 올라 단기적으로 차익실현에 따른 조정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여전히 밸류에이션이 낮고 올해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 장기적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