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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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4분기 어닝쇼크에도 반도체 업황이 바닥을 지나고 있다는 인식에 상승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수요 개선을 확인한 후 대응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를 염두해 상반기 주가 조정 시 매수로 대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25일 오전 10시40분 현재 SK하이닉스는 전날보다 1100원(1.56%) 오른 7만1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5.54% 급등한 데 이어 이틀째 상승세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이 급등하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간밤 뉴욕증시에서 반도체 업종은 견고한 실적 발표에 램리서치(15.70%), 자일링스(18.44%) 등이 강세를 보였으며,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5.73% 급등했다.

전날 SK하이닉스는 부진한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은 9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4조4000억원으로 시장예상치(영업이익 5조1000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D램과 낸드 판매 가격이 각각 11%, 21% 하락하면서 실적 하락의 주요 원인이었다.

증권가에선 수요 개선을 확인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1분기 실적 급감이 예상된다는 점에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요 둔화와 반도체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데 문제는 칩 업체들의 재고조정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는 점"이라며 "상반기 내내 가격 하락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실적 전망에 있어 보수적인 시각이 계속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유진투자증권은 1분기 실적은 매출액 6조6000억원, 영업이익 1조9000억원으로 전망했다. 신영증권도 1분기 매출액 6조3200억원, 영업이익 1조9700억원으로 이익 감소폭 확대를 전망했다.

이원식 신영증권 연구원은 "비수기 진입에 따른 세트업체들의 재고 축적 수요 둔화와 메모리 업체들의 높은 재고 수준을 감안하면 1분기 D램의 전체 수요 공급량 증가(B/G)와 평균판매가격은 전분기 대비 각각 16%, 23% 하락할 것"이라며 "낸드의 비트그로스와 평균판매가격도 각각 14%, 18%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추정했다.

2분기부터는 영업이익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메모리 업체들의 투자 축소 움직임으로 D램, 낸드 공급 증가세가 둔화되고, 수요측면에선 인텔 CPU 케파 확대, 스마트폰 신모델 출시 등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이후 데이터센터 업체들의 메모리 재고 수준이 낮아지고, 인텔의 신규 CPU 출시에 따른 PC 출하가 예상된다"며 "하반기 계절성에 따른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가 모바일 수요부진을 일부 완화시킬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NH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을 2조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인터넷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가 소진되는 시점도 2분기 이후로 데이터센터 투자를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하반기 업황 개선을 감안해 상반기에는 주가 조정 시 매수로 대응할 것을 조언했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가의 락바텀은 6만원 수준으로 다운사이드가 15% 수준에 불과한 반면 올해 하반기 업황 개선과 2020년 IT 기술변화 싸이클이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반기 주가 조정 시 매수 접근을 권고한다"고 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