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이 총 56억6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각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럽 재정위기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됐던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주식시장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작년 외국인의 전체 증권투자자금도 2017년의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외국인, 작년 증시서 6조원 순매도…7년 만에 최대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18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을 보면 지난해 외국인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56억6000만달러의 순유출을 나타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매도 우위를 보인 것은 2015년 후 처음이다. 규모로는 2011년 91억8000만달러 후 7년 만에 최대였다. 2011년 당시엔 중반께 남유럽 재정위기로 위험회피 심리가 불거지자 외국인이 대거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식을 팔았다.

외국인은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손을 터는 동안 채권시장에선 순매수 규모를 늘렸다. 지난해 채권시장 순유입 규모는 139억1000만달러로 전년의 80억5000만달러보다 72% 늘었다. 하지만 주식 매도 규모가 워낙 커 주식과 채권을 포함한 전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2017년(195억달러)의 절반 이하인 82억5000만달러에 그쳤다.

외국인들이 지난해 한국 채권을 사들인 것은 국내 경제 펀더멘털이 다른 신흥국보다 좋다는 판단 때문이지만 미·중 무역분쟁, 선진국의 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자 주식을 대거 내다판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 둔화 전망도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꼽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은 주요 상장사 236곳의 올해 영업이익이 198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영업이익 추정치인 197조원과 비슷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얘기다. 이마저도 지난 8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실적 충격이 반영되기 전 수치다. 최근 반도체 단가 하락과 석유화학제품 수요 감소 등을 감안하면 주요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