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의 작년 4분기 ‘어닝 쇼크’ 가능성이 커졌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황이 갑작스럽게 둔화되면서 증권사들이 빠른 속도로 실적 추정치를 낮추고 있다. 삼성전기는 오는 29일 4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삼성전기 뒤늦게 '어닝쇼크 경보'
뒤늦게 울린 실적 경고음

현대차증권은 11일 삼성전기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3776억원에서 3105억원으로 18% 내렸다. 이달 들어 삼성전기 실적 추정치를 낮춘 네 번째 증권사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화권 스마트폰 수요 급감과 아이폰 출하량 감소로 4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470억원이지만, 최근 추정치를 낮춘 4개 증권사의 평균 추정치는 3104억원으로 이를 크게 밑돈다.

삼성전기 주가는 이미 급락세다. MLCC 호황에 삼성전기는 지난해 7월과 9월 16만3000원까지 올랐다. 2017년 한 해 306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던 회사가 지난해 2분기 2068억원, 3분기 40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주가는 9만8100원으로 고점 대비 40% 하락했다. 그동안 증권사들은 “삼성전기는 대만 업체와 달리 고부가 MLCC 비중이 커 괜찮다” “자동차 전자장비용 MLCC는 공급 부족이 심해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제품 포트폴리오가 가장 다변화돼 있는 업계 1위 일본 무라타제작소 주가가 급락하는 판국에 삼성전기가 버틸 재간이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전장부품과 5세대(5G) 이동통신으로 고부가 MLCC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은 유효하지만, 아직은 스마트폰과 TV, PC 등 정보기술(IT)용 매출 비중이 큰 점을 간과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IT 기기 수요는 지난해 삼성전기 MLCC 매출의 약 77%를 차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장용은 7~8%에 불과하다.

전문가들 “최악은 지났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주가와 실적 측면에서 삼성전기가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MLCC 호황기였던 지난해 주가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데다 가팔랐던 실적 전망치 하향세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는 설명이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과 같은 폭발적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스마트폰 수요 부진 등의 악재는 대부분 주가에 반영됐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주가는 2017년 수준인데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대로 2017년의 5배에 이르기 때문이다. 올해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9.6%로 작년(15.7%)보다 더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전기의 반등 조건은 스마트폰 수요 회복과 전장·5G 비중 증가로 요약된다. 전장용 MLCC는 IT용보다 값이 3~4배 비싸고, 5G 장비에는 3G나 4G보다 MLCC가 50%가량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은 삼성전기의 전장 MLCC 비중이 올해 16%, 내년 25%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노 센터장은 “작년을 건너뛴 스마트폰 수요가 올해 몰릴 가능성이 있어 IT 쪽 전망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의 잇단 증설로 고부가 MLCC 가격이 예상만큼 오르지 못할 가능성과 미·중 무역분쟁이 IT 수요를 짓누를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모건스탠리는 “미·중 무역분쟁과 신흥국 불안으로 MLCC 재고가 쌓이고 있다”며 “올해 MLCC 수요에 대한 보수적 관점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