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에서 NH투자증권은 ‘투자은행(IB) 분야의 강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가 지난해 실적을 집계한 결과에서도 NH투자증권은 주식발행시장(ECM) 부문 1위, 채권발행시장(DCM) 부문 2위에 올라 IB 강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2018년 3월 정영채 사장 취임 이후 IB 부문의 이런 경쟁력이 자산관리(WM) 부문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정 사장이 ‘투자자가 원하는 모든 금융투자 상품을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는 의미의 ‘자본시장 넘버원 플랫폼 플레이어’를 회사의 청사진으로 제시한 게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NH투자증권은 IB 부문에서 발굴한 경쟁력 있는 투자 대상을 WM 부문을 통해 리테일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사업구조를 정착시켰다. 이에 따라 WM 부문의 수익성이 급격히 개선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WM 부문에서 작년 1~11월 1391억원의 경상이익을 올려 2017년 연간 경상이익(92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NH투자證, WM 날개 달고 '1등 금융투자 플랫폼社'로 비상
집단지성으로 경쟁력 강화

NH투자증권은 고액자산가를 위한 점포 ‘프리미어 블루’를 2010년 선보였다. 프리미어 블루 강남·북센터를 운영하면서 고액자산가를 끌어모았다. 지난해 조직 개편에선 WM사업 강화를 위해 ‘프리미어블루본부’를 신설했다. 프리미어 블루 외에 NH투자증권이 2015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NH플러스금융센터’는 3곳이 있다. 상주직원은 일반 WM센터의 약 3배인 60여 명이다. 고객들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 ‘입맛’에 꼭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다수의 베테랑 프라이빗뱅커(PB)를 포진시켰다.

비(非)금융투자 분야의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본사에 컨설팅팀을 따로 꾸렸다. 세무, 부동산, 법률 등의 컨설팅을 제공하는 전문인력이 PB들과 함께 움직인다. 컨설팅팀은 일선 WM센터의 PB와 공조해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원스톱 토털 자문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전문성과 차별성을 높이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인프라만 확대한 게 아니라 조직 운영 시스템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지난해 PB 평가 요소에 ‘고객 관리 과정’을 도입한 게 대표적이다. ‘고객과의 관계를 얼마나 지속적으로 잘 형성하느냐’를 PB 평가의 핵심 요소로 제시함으로써 PB를 투자자의 파트너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NH투자증권 PB는 투자자에게 금융투자 상품을 파는 데 주력하기보다 고객 예탁자금의 성격과 고객의 투자성향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소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이 최대 경쟁력

개인투자자가 여러 투자처에서 돈을 굴려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차별화한 상품을 공급하는 역량은 NH투자증권 WM 부문의 최대 경쟁력으로 꼽힌다. WM 고객을 위해 NH투자증권이 직접 개발한 특화 상품의 판매실적은 2016년 486억원에서 2018년 3547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투자자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NH투자증권이 함께 투자하는 금융투자 상품도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2018년 9월과 10월에 설정한 아시아전문투자30호(과천지식정보타운S6블록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LK전문투자4호(김포고촌물류센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가 대표적이다.

NH투자증권은 이들 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 일부를 투입했다. 상품을 개발한 회사가 함께 투자하는 만큼 손실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을 투자자에게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IB 부문의 탁월한 딜소싱 역량을 통해 확보한 매력적인 투자처를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이를 통해 WM 부문에서 확보한 자금을 IB사업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채권 사업도 강세

‘금리+α’의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한 고액자산가에게 안정적인 해외 채권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10년간 해외 채권 중개 규모와 소개 상품 건수에서 증권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세계적으로 2000개가 넘는 기업의 채권을 확보해 고액자산가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데엔 2011년 옛 한국메릴린치증권 PB사업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프리미어블루 강북센터의 노하우가 영향을 미쳤다. NH투자증권은 메릴린치 시절부터 해외 채권을 전문적으로 거래하던 PB 인력을 그대로 흡수해 해외 채권 중개 부문에서 경쟁력을 강화했다.

배경주 NH투자증권 WM사업부 자산관리전략총괄(전무)은 “고객의 입맛이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어 일률적인 금융투자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는 WM의 가치를 유지하기 어렵다”며 “NH투자증권은 고객 성향에 맞는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할 역량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고도화된 플랫폼으로서의 WM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목표”라며 “고객과의 관계 강화는 그 출발점”이라고 덧붙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