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6일 코스피지수가 1.55%, 코스닥지수는 3.24% 떨어졌다. 이날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지표가 표시돼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6일 코스피지수가 1.55%, 코스닥지수는 3.24% 떨어졌다. 이날 서울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지표가 표시돼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장·단기 금리 격차가 급격히 좁혀진 배경엔 경기 하강에 대한 불안심리가 깔려 있다.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고 있는 데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수출마저 둔화 조짐을 보이면서 실물경제 침체가 예상보다 빨라질 것이란 우려다. 채권시장에선 조만간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시장 뒤덮은 실물경제 우려

국내 장기 채권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난 5월부터다. 불꽃 튀는 무역전쟁의 부작용으로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꺾일 것이란 우려에 5월 중반까지 연 2.8%대를 유지하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6월 말엔 연 2.55% 수준까지 떨어졌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져 금리가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전망되면 장기적으로 가계와 기업의 자금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 때문에 장기 금리가 단기 금리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한다.

믿었던 美, 반도체까지 불안…금융시장 덮치는 '경기 비관론'
하반기 들어선 악화된 경기지표가 줄줄이 나왔다. 통계청이 지난 7월 실업률이 8년 내 최고치인 3.7%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고용지표를 내놓은 데 이어 한국은행은 3분기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 0.6%)이 2분기에 이어 0%대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민간소비 증가율(0.6%)은 세 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고, 건설투자(-6.7%)와 설비투자(-4.4%)는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그나마 수출이 3.9% 늘었지만 일등공신인 반도체 업황마저 나빠질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 주식시장에서 잇따랐다.

경기 비관론이 채권시장을 엄습하기 시작했다. 지난 10월 초까지 연 2.4%대를 이어가던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두 달 만에 1.9%대까지 떨어졌다. 반면 단기채권 금리는 기준금리와의 격차를 좁히면서 바닥을 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75%로 인상하면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와의 차이가 0.089%포인트밖에 나지 않고 있다. 오해영 신한금융투자 FICC본부장은 “만기 3년 이하 단기물은 이미 기준금리에 상당히 근접해 있어 지금보다 떨어지기 어렵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경기침체 우려가 장기금리에 강하게 반영되면서 장·단기 금리 차가 빠르게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장기금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기마저 침체에 빠질 것이란 관측은 글로벌 시장을 ‘경기침체 공포’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90일간 휴전’을 약속했음에도 무역전쟁이 원만히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많은 데다 미 중앙은행(Fed)의 잇단 금리인상에 가계부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채권시장에 반영돼 미국에서도 장·단기 국채 금리 차가 급격히 축소되는 추세다. 지난 4일 미 국채 2년물(연 2.798%)과 10년물(연 2.916%)의 금리 차는 0.118%포인트를 기록하며 11년 만에 최소 수준으로 좁혀졌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달 말 “정책금리가 중립금리 바로 밑에 있다”고 언급한 이후 미국의 통화긴축정책 종료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것도 장기금리를 누르고 있다는 평가다.

“장·단기 금리 역전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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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한동안 장기채권 금리 하락세가 이어져 단기 금리와의 격차를 좁혀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엔 경기가 더 나빠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국제통화기금(IMF·2.6%) 무디스(2.3%) 산업연구원(2.6%) 한국개발연구원(KDI·2.7%) 현대경제연구원(2.6%) LG경제연구원(2.5%) 등 국내외 주요기관은 줄줄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해보다 낮춰 잡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가 10년 만기 국고채를 처음 찍은 2000년 10월 이후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3년물을 밑돈 시기는 2007년 11월 말부터 2008년 1월 초, 2008년 7월 중반뿐이다. 가장 역전 폭이 컸던 날은 2007년 11월29일(0.13%포인트)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 분위기마저 얼어붙자 장기채권 금리가 예상보다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1~2월 중 국고채 10년물 금리가 3년물보다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