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3일 오후 4시35분

[마켓인사이트] 글로벌 PEF '풋옵션 행사' 대응…TBH글로벌, 1000억 CB 발행
중국사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TBH글로벌(옛 베이직하우스)이 골드만삭스 어피니티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의 풋옵션(지분을 일정한 가격에 되팔 권리) 행사로 휘청이고 있다. TBH글로벌은 연이율 20%에 1000억원대 전환사채(CB)를 발행하고, 현금 600억원을 끌어와 ‘급한 불’을 끄기로 했다. 채권 만기는 내년 12월3일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BH글로벌은 골드만삭스 특수상황그룹(SSG)과 어피니티 등 글로벌 PEF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키로 했다. TBH홍콩의 지분을 보유한 골드만삭스SSG와 어피니티가 1600억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한 데 따른 거래다. 나머지 600억원은 중국법인이 보유한 현금으로 갚는다.

TBH글로벌은 자회사 TBH홍콩을 통해 중국사업을 벌이고 있다. 골드만삭스SSG와 어피니티는 TBH홍콩에 2015년 상장 전 지분투자를 해 각각 14.05%, 14.2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양측은 올해 3월까지 TBH홍콩을 기업공개(IPO)하기로 합의했지만, 업황악화로 TBH글로벌이 이를 지키지 못하자 PEF들이 풋옵션 행사에 나섰다.

TBH글로벌은 이들 PEF를 대체할 새 투자자를 물색했지만 신규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접촉 대상자들이 부진을 겪고 있는 TBH글로벌에 자금을 넣는 것을 망설였다. 중국 정부가 자본 해외유출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에 불안감을 느낀 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시장에선 골드만삭스SSG와 어피니티의 풋옵션 행사 가능성을 낮게 봤다. 풋옵션에 제로금리가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풋옵션 행사 시 초기 매입금액으로 지분을 되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PEF들이 새로 찍는 CB를 높은 금리에 인수키로 하면서 이번 거래가 성사됐다. IB업계 관계자는 “TBH글로벌은 연 20%의 고금리로 CB를 발행하게 돼 자금난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TBH글로벌은 온라인 유통채널을 중심으로 중국 판매전략을 수정해 실적개선에 주력할 계획이다. TBH글로벌은 온라인 쇼핑이 활발해지는 시장 트렌드와 반대로 중국 현지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렸지만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여파 등으로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재고 처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TBH글로벌 관계자는 “회사 기초체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은 만큼 영업력 회복을 통해 실적개선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