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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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과 관련해 90일간의 '휴전'에 합의하면서 증시도 한시름을 놓게 됐다. 미·중 무역전쟁이 잠시 멈춰선 덕에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3일 코스피지수도 1% 이상 뛰며 이같은 기대에 화답하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2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5.99포인트(1.72%) 상승한 2132.85을 기록 중이다.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사들이는 중이다. 이들은 각각 1145억원과 1059억원 어치를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내년 1월로 예정됐던 상대국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현재 10%인 2000억 달러어치 제품의 추가관세를 25%로 인상할 계획이었다. 미국의 추가관세 부과 유예 방침에 따라 중국은 대두 등 농산물 수입을 곧바로 재개하고 향후 양국 간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기로 약속했다.

미국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는 희소식이다. 국내 증시도 상승 동력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정상회담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시도가 휴지기에 돌입했다"며 "신흥국 및 국내 증시의 낙폭 만회 시도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상현 리딩투자증권 연구원도 "미·중 합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중요 영향으로는 달러화 가치 약세 전환 가능성, 수입관세 리스크 완화에 따른 물가압력 완화와 이에 따른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인상 속도 둔화 가능성, 중국을 위시해 한국 및 대만 주가의 단기 랠리 기대감 등이 있다"며 "무역갈등과 미국 금리인상 사이클이라는 악재가 동시에 약화되며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일시휴전 국면에 돌입하면서 중국증시에서 안도랠리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다. 지난 6월 이후 미·중 무역분쟁 탓에 중국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동반 하락했었다.

우리는 중국에 대한 수출 중 중간재 비중이 80%에 이른다. 우리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수출은 중국 비중이 69%에 달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줄어드는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상에서 유예 기간을 90일이라고 명시함에 따라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미·중 무역분쟁 이슈가 증시에 미치는 파급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은 무역분쟁에 대한 불안감을 크게 완화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올해 내내 증시를 괴롭혀왔던 무역분쟁 이슈들이 가시적으로 일시정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는 건 악재라는 우려도 나온다. 앞으로도 증시는 미·중 간의 무역협상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연구원은 "최악의 상황은 단기적으로 피했지만 미·중 무역갈등 리스크는 여전히 잠재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미·중 간 실무협상 결과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