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코, 강남역 인근 건물 3채 매입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자산관리회사(AMC)인 코람코자산신탁이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학원사업자 소유 건물 3채를 총 1450억원에 매입했다. 부동산 운용사가 국내 기관투자가 자금을 모아 인허가가 진행되지 않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첫 사례다. 향후 운용사 주도의 빌딩 재건축 사업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 7월 설정한 ‘가치부가 블라인드펀드 제2호’ 자금을 활용해 서울 역삼동 826, 826의 1, 826의 2, 826의 6에 있는 건물을 한 학원사업자에게서 매입했다.

부지 총 면적은 2029㎡다. 서울지하철 2호선과 수도권전철 신분당선 환승역인 강남역에 인접해 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지난 7월 교직원공제회, 농협중앙회, 경찰공제회, 예다함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2100억원 규모의 가치부가형 부동산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다. 운용 기간은 7년이고 목표수익률은 연 8%대다.

이 펀드의 첫 투자처로 강남역 일대 건물 부지에 지하 4층~지상 20층, 연면적 2만1886㎡ 규모의 빌딩을 짓기로 했다. 강남역 역세권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패션잡화, 식음료 매장, 병원, 학원 등이 입주할 수 있는 복합 상업용 건물을 새로 지어 블라인드펀드 브랜드인 ‘케이스퀘어(K-Square) 강남 II’(조감도)로 이름 붙일 계획이다. 펀드에서 700억원을 사용하고, 대출 1500억원을 별도로 일으켜 총 22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코람코자산신탁은 투자 전에 총 4개 필지를 하나로 합칠 수 있는지 검토했다. 총 4필지 중 3필지는 강남대로와 인접해 있고, 한 필지는 강남대로 후면에 있다. 강남대로와 인접한 대지에선 건물을 높여 용적률을 최대한 확보하고, 후면에는 주차장 및 주차타워를 올리기로 했다. 가격이 다른 강남대로 전면과 이면도로에 있는 건물을 한 부지로 합쳐 총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독특한 방식의 ‘가치부가형 투자’로 평가된다.

이번 투자는 코람코자산신탁 가치부가 투자운용실이 했다. 2016년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로부터 1200억원을 위탁받아 1호 가치부가형 블라인드펀드를 만든 뒤 서울 강남, 사당, 신촌, 중계 등에 있는 노후 빌딩 4채를 매입해 리모델링과 용도변경 등의 투자를 했다. 성과를 인정받아 이번 2호 블라인드펀드 설정으로 이어졌다.

외국계 부동산 투자자 위주로 진행돼온 상업용 부동산 가치부가 및 개발투자 사업에서 향후 국내 운용사 및 기관투자가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가 각각 4000억원 규모의 국내 가치부가형 부동산 펀드 출자 사업을 진행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