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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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이 오지 않았지만 투자 심리는 벌써 영하권으로 떨어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밀고 당기기’가 계속되고 있고 고용, 소비 등 경기지표는 악화일로다. 지난달 코스피지수는 한때 20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지수도 600선 초반까지 밀렸다. 변동성이 워낙 크다 보니 저가 매수 기회에도 투자하기가 망설여지는 상황이다. “올해 말만큼 재테크 전략을 세우기 어려운 때가 없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글로벌 증시가 조금씩 반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여전히 투자에 신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당분간 변동성이 큰 혼란기가 계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목표 수익률을 낮추고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美·中 무역전쟁 안갯속…"수익률 기대치 낮추고 안전자산 비중 높여라"
“현금 비중 높여야”

지난달 글로벌 주식시장은 공포가 지배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업 실적 악화, 글로벌 통상전쟁 여파로 코스피지수는 한 달 만에 약 13.4% 급락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는 한 달간 15.03% 손실을 냈다.

해외 주식형 펀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브라질 펀드를 제외하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중국 펀드 수익률은 10% 넘게 떨어졌고 일본, 베트남 펀드도 9% 이상 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재테크 시장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미국 펀드도 예외가 아니었다. 미국 펀드는 한 달간 평균 8.36% 손실을 냈다. 미국 경기가 곧 정점에 달해 하강 국면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미국 경기 고점 논란’이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미국 펀드마저 무너지자 “투자할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만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시장을 외면하기보다 재테크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파도를 헤쳐 나갈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률 기대치를 낮추고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동준 KB증권 수석자산배분전략가는 “자신이 가입한 상품, 현금 보유액, 목표 투자 기간 등을 먼저 점검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주식형 펀드는 수익률이 반등할 때마다 조금씩 비중을 줄이면서 현금을 확보해야 한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현금을 확보하고 내년 1분기 이후 기회를 노리는 편이 좋다”고 말했다. 중간중간 반등이 나오면 분할매도 기회로 삼으라고 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실물경제 타격이 현실화되면서 내년 초 글로벌 경제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정선미 우리은행 본점 영업부 PB팀장은 “현금성 자산에 준하는 금융상품과 투자등급이 우량한 회사채를 주목할 만하다”며 “유동성, 안정성, 수익성을 두루 고려해 장기적인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가치주 펀드·ELS 등 주목

중장기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투자자라면 분할매수형 펀드를 고려해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형리 농협은행 WM연금부 차장은 “하락하는 구간마다 일정 비율의 자금을 분산해 투자하는 분할매수형 펀드도 가입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달까지는 연금펀드, 개인형퇴직연금(IRP)을 통해 저가 매수할 기회가 있을 테니 분산 투자를 추천한다”며 “세액 공제를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상품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은정 신한은행 PWM분당센터 팀장은 “금리 상승 및 기업 이익 증가세 둔화가 예상되는 시점에선 성장주 펀드보다는 가치주 펀드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며 “가치주 펀드는 배당을 많이 하고 재무제표가 우수한 기업 위주로 보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금리 인상 추진으로 채권 가격 변동성이 커진 만큼 단기 우량채 투자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때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불렸던 주가연계증권(ELS)도 최근 금융전문가들이 추천하는 상품이다. 기초지수로 자주 활용되는 홍콩 H지수가 지난달 10,000선 아래로 밀리면서 새로 진입하면 원금 손실을 볼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ELS를 보유하지 않은 신규 투자자라면 지금을 투자 기회로 삼을 만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한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는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 의지가 강해 홍콩 H지수가 750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2016년 홍콩 H지수 급락으로 대규모 녹인(손실구간 진입) 사태를 경험한 투자자들도 지난해 만기가 돌아오자 대부분 이익을 상환받은 사례를 생각하면 중장기 수익률을 목표로 시장 회복을 기다리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