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갈등 봉합 기대에 원·달러 환율이 22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급락(원화 가치 급등)하며 달러당 1120원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외환당국은 “환율 하락 속도가 과도하다”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2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6원50전 하락한 1121원60전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월5일 20원10전 떨어진 이후 가장 큰 폭이다. 달러당 1140원을 오르내리던 원·달러 환율은 불과 하루 만에 한 달 전 수준으로 내려갔다.

원·달러 환율 1121원으로 '뚝'…16.5원 급락
그동안 국내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웠던 대외 악재가 동시에 완화되면서 원화가치 상승세(환율 약세)를 이끌었다. 전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화 통화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봉합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또 이날 영국과 유럽연합(EU)의 금융서비스업 잠정 협상안이 타결되면서 ‘소프트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후에도 단일 시장 유지)’ 기대도 높아졌다.

환율이 단기 급락세를 나타내자 외환당국이 방어에 나섰다. 외환당국 관계자는 이날 “원화가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두개입성 발언이다. 장중 1120원40전까지 떨어졌던 환율은 이후 소폭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원화 가치의 추가 강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달 증시 급락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는 큰 폭의 하락 없이 견고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달 24일 코스피지수가 0.40% 하락하는 동안 원화 가치는 오히려 5원30전 올랐고 29일 코스피지수가 1.53% 폭락했을 때도 50전 올랐다. 과거 증시가 폭락할 때는 원화 가치도 대부분 동반 급락했던 점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변화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달러·위안화 환율이 떨어지고 있는 점도 원·달러 환율의 동반 하락을 이끌고 있다”며 “당분간 원·달러 환율은 대외 변수에 따라 흔들리겠지만 전반적으로 원화 강세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