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악재 없지만 내렸다…급락·반등 모두 의미없는 장"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사진)은 23일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것에 대해 "10월 초부터 지수가 하락하던 상황이 연장된 것"이라며 "거래대금이 감소하는 가운데 외국인 및 기관의 매도세가 커지면서 낙폭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이날 오후 2시50분 현재 코스피는 전날보다 61.81포인트(2.86%) 급락한 2097.42를 기록 중이다. 한때 2097.42까지 떨어져 지난 19일 기록한 장중 연저점인 2117.62를 뚫고 내려갔다. 외국인과 기관이 같이 각각 3928억원과 295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하고 있다.

코스닥지수도 3% 이상 떨어졌다. 같은시간 코스닥은 전거래일보다 24.38포인트(3.28%) 내린 719.77을 기록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이달 초부터 외국인 투자자들의 '팔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은 기관 투자자까지 순매도세에 가세하면서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이날 주식시장에는 눈에 띌 만한 새로운 악재가 나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례적으로 2% 이상 큰 폭의 하락세가 나왔다.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거래대금이 크게 줄면서 투자자들의 주식 매도가 조금만 늘어도 하락폭이 커지는 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김 센터장의 분석이다.

그는 "'사자'가 실종되면서 약간의 매도에도 쉽게 지수 급락세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새로운 악재는 없다. 오늘 지수 급락은 이달 초부터 이어지던 하락장이 이어진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김 센터장은 최근 주식시장의 급등락에 대해 외부에서 재료를 찾아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는 "트럼프의 중거리 핵미사일 조약 폐기 발표, 이탈리아 예산안 악재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새로울 것이 없는 이슈"라며 "주식 급락장이 빈번하게 나오면서 결과에 따라 재료를 끼워맞추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투자자들에게 개별 이슈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다만, '급락시 매수'라는 주식 투자의 정석도 잠시 내려놓아야 할 투자법이라고 했다. 그는 "변동성이 축소될 때까지는 주식 사는 것을 잠시 멈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센터장은 "많은 투자자들이 10월 초 증시 급락때 주식을 사야한다고 했지만 결국 또 지수는 크게 떨어졌다"며 "당분간은 변동성이 큰 만큼 낙폭이 진정되는 것을 확인한 후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주식을 보유중인 투자자들에게는 "고통스럽겠지만 참고 기다리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팔아야 할 시기는 이미 지났다"며 "희망 고문이 될 수 있겠지만 일단은 버텨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그는 "상장 기업들의 이익이 나쁘지 않고 증시 펀더멘털(기초 체력)에도 문제는 없다"며 "기다리면 지수가 복원될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