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랩이 서비스사업부를 물적분할해서 안랩BSP를 설립하는 방안을 8일 철회했다. 분사에 반대해온 노조원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다.안랩은 지난달 14일 보안관제 및 서비스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안랩BSP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직원들 사이에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반발 여론이 형성됐다. 일각에서는 회사 측이 인력 구조조정과 분사 후 매각을 추진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지난 1일 안랩에는 창립 23년 만에 노조가 설립됐다. 노조는 4일 사측에 물적분할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회사가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권치중 안랩 대표는 이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분사를 계획한 것은 정체된 서비스사업부의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서였다”며 “수많은 의견 수렴 과정을 토대로 사원들이 분사를 원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해 분사를 철회한다”고 밝혔다.권 대표는 “물적분할에 따른 안랩BSP 설립이 궁극적으로 바람직한 조치라는 것은 의심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로 인해 임직원 간 불화가 지속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안랩 관계자는 “분사를 철회해도 서비스사업부문을 강화하는 계획은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안랩은 보안관제, 컨설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서비스사업부를 분사해 ㈜안랩BSP(가칭)를 설립한다고 14일 공시했다.안랩 이사회는 이날 이런 내용의 서비스사업부 물적 분할을 의결했다.권치중 대표는 "보안서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분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신설법인 안랩BSP는 11월 2일 분할승인을 위한 주주총회를 거쳐 내년 1월 2일을 기일로 분할된다.인력 규모는 기존 서비스사업부에 속했던 350여명(7월 말 기준) 수준으로, 방인구 서비스사업부장이 대표를 맡는다.안랩BSP는 "SOC(시큐리티 오퍼레이션 센터) 고도화, 기술 투자, 클라우드 보안 전문인력 양성 등을 추진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연합뉴스
“내가 발견한 보안 구멍이 몇 년간 안랩의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러시아인으로 추정되는 해커가 국내 보안업체 안랩을 상대로 ‘해킹 전쟁’을 선포했다. 안랩의 랜섬웨어 킬스위치(암호화 차단 도구)로 피해 규모가 줄어들자 데이터 ‘몸값’으로 받는 가상화폐 수익도 덩달아 줄어든 탓이다.지난 3일 미국 사이버보안 전문매체 블리핑컴퓨터는 랜섬웨어 ‘갠드크랩’ 제작자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공개했다. 갠드크랩은 올해 초부터 국내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랜섬웨어다. ‘크랩(게)’이라는 가명을 쓴 이 해커는 “안랩이 내 랜섬웨어를 쓸모없게 만들었다”며 “새 버전에서 V3(안랩의 보안 프로그램)를 공격하는 코드를 삽입해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크랩은 자신이 공격할 취약점을 블리핑컴퓨터에 알려주기도 했다. ‘막을 테면 막아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다.크랩의 도발은 허풍이 아니었다. 최근 발견된 갠드크랩 4.3 버전에서 V3를 노린 악성코드가 다수 포함됐다. 블리핑컴퓨터에 따르면 이 악성코드는 V3 프로그램의 과부하를 일으키는 서비스거부(DoS) 공격을 일으켜 강제 종료를 유발한다. 최악의 경우 PC 전체가 다운될지도 모른다는 분석이다.안랩은 대응책을 갖췄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랩 관계자는 “공격 코드가 발견된 것은 사실이나 이미 대응 태세를 마련했다”며 “공격 코드 자체를 해결하는 패치도 곧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안랩은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 갠드크랩을 퇴치하는 킬스위치를 배포했다. 지난달 초 발견된 갠드크랩 4.1.2 버전은 20일도 채 지나지 않아 무력화됐다.보안업계는 해커의 공개적 공격을 보기 드문 일로 평가했다. 해커가 공격할 대상 이름을 은밀히 악성코드 내부에 삽입하는 것은 흔한 편이나 언론을 섭외해 공격을 예고하는 일은 흔치 않아서다.보안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커들의 주 수익원은 가상화폐”라며 “안랩이 신속하게 랜섬웨어 대응책을 내놓자 수익이 줄어 상당히 분노했을 것”이라고 말했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