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6일 오후 3시9분

[마켓인사이트] 공모주 양극화… 소형엔 돈 몰리고 중대형은 고전
공모주 투자 열기가 가라앉으면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공모 규모가 작은 공모주는 그나마 선방하고 있지만 중대형 공모주는 청약 미달 사태를 빚거나 상장 철회 결정을 내리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공모 규모가 1000억원 이상이었던 공모 기업은 상장 전(前) 단계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다. 국내 1위 골프웨어 전문기업인 크리스F&C(공모 규모 1055억원)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두고 지난 17~18일 진행한 일반 청약에서 경쟁률 0.57 대 1을 기록해 미달됐다. 올 8월 상장한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공모 규모 1920억원)도 일반 청약에서 1.1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실권주가 나왔다. 상장 후 한 번도 주가가 공모가(1만2000원)를 넘지 못했다.

이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계획했던 부동산 관리회사 HDC아이서비스는 수요예측(기관투자가 대상 사전청약)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자 상장 계획을 접었다. 그나마 다음달 2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하나제약(공모 규모 1061억원)이 일반 청약에서 10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내며 중대형 공모주의 체면을 살렸다.

공모 규모가 작으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다음달 4일 코스닥에 입성하는 푸드나무(공모 규모 373억원)는 일반 청약에서 914.0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닭가슴살 등 간편 건강식을 제조, 유통하는 회사다. 성장성에 투자자의 관심이 높았던 데다 상장 첫날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전체 상장 주식 수의 20% 남짓이라는 점도 투자심리에 좋은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공모 규모가 88억원으로 작았던 미용 의료기기 제조업체 지티지웰니스도 일반 청약에서 514.16 대 1의 경쟁률을 냈다. 지난 13일 코스닥에 상장한 2차전지 관련 기업 명성티엔에스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치기도 했다.

한 증권사의 기업공개(IPO) 담당 임원은 “소형 공모주는 상장 첫날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적기 때문에 상장 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고 쏠림 현상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공모주 투자의 주류를 차지하게 된 코스닥벤처펀드들이 올 상반기 같은 과감한 베팅을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흥행에 성공하는 중대형 공모주가 나타나야 시장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