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등의 요인으로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자 시장 흐름에 상관없이 수익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헤지펀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페어트레이딩 등 다양한 투자전략을 활용하는 헤지펀드는 1억원 이상 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는 사모 방식으로 판매돼 ‘개미’ 투자자가 투자하기 쉽지 않다.

사모 재간접펀드에 돈 몰린다
소액 투자자들은 국내외 주요 헤지펀드에 분산투자하는 공모펀드인 사모투자 재간접펀드로 몰리고 있다. 운용성과가 검증된 헤지펀드에 주로 투자하는 이들 상품은 연초 이후 이어지는 변동성 장세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돈 몰리는 사모 재간접펀드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조사 대상 3개 사모 재간접펀드의 설정액은 지난 14일 기준 1750억원으로 한 달 전(1649억원)에 비해 101억원 증가했다. 석 달 전에 비해선 789억원, 6개월 전에 비해선 1241억원 늘었다.

사모 재간접펀드에 돈 몰린다
증시가 지난해에 이어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있었던 1월까지만 해도 사모 재간접펀드 설정액은 300억원대에 불과했다. 헤지펀드는 변동성 장세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데 적합하지만 상승장에선 수익성이 떨어지는 게 약점이란 사실을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월 이후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사모 재간접펀드로 들어오는 자금이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9월 출시된 국내 1호 사모 재간접펀드인 ‘미래에셋 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 설정액은 석 달 전 783억원에서 1514억원으로 약 두 배가 됐다. 이 펀드는 올 들어 4.12%(A클래스 기준)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수익률 비교 대상인 코스피지수는 연초 이후 6% 넘게 하락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는 0.97% 상승했다. 이 펀드는 자산의 80~90%를 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했고, 해외 헤지펀드는 10~20%가량 편입했다.

지난해 12월 나온 ‘삼성 솔루션코리아플러스알파’ 펀드 설정액도 석달 전 178억원에서 이달 14일 222억원으로 늘었다. 이 펀드의 한국형 헤지펀드 투자 비중은 자산의 50% 이상으로, 미래에셋 펀드에 비해 낮다.

◆공모펀드업계 ‘단비’ 될까

자산운용업계는 사모 재간접펀드가 ‘침체의 늪’에 빠진 공모펀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하고 있다. 박스권 장세가 이어지면서 공모펀드의 수익률 부진이 심해지고 실력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공모 운용사를 떠나 헤지펀드 운용사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공모펀드업계는 활력을 잃고 있다.

운용사들은 사모 재간접펀드를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지난 3일 국내 우량 헤지펀드에 분산투자하는 ‘신한BNPP 베스트헤지펀드’를 내놨다. KB자산운용도 이르면 다음달 사모 재간접펀드를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형 헤지펀드업계의 강자인 라임자산운용은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하기 위한 금융당국 승인을 얻는 대로 사모 재간접펀드를 내놓을 계획이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