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건설이 삼성SDI의 연구시설 건설 공사를 맡는다. 재계에선 “삼성과 CJ의 화해 무드가 확연해지는 증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번주 경기 용인시 기흥에 교육 및 연구시설을 짓는 공사 계약을 CJ건설과 체결한다. 공사 금액은 300억원 안팎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SDI가 발주한 공사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삼성의 공장 건설을 CJ 계열사가 맡기로 한 것은 두 그룹 간 화해 분위기를 재차 확인하는 과정이 아니겠느냐”고 풀이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도 건설사가 있는데 굳이 과거에 ‘불편한 사이’였던 CJ그룹 측과 공사 발주 계약을 맺었다는 점에서다.

이번 건설공사 계약이 ‘삼성·CJ그룹 간 화해 분위기 2탄’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호탄은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으로 이재용 부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박근희 전 삼성생명 부회장이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지난달에 쏘아졌다. 당시에도 두 그룹은 이 같은 해석을 부인하지 않았다. 박 부회장은 당시 “삼성과 CJ 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 부회장이 CJ그룹으로 자리를 옮긴 지난달 삼성금융연수원 단체급식 사업도 CJ프레시웨이가 따냈다. CJ 관계자는 “삼성금융연수원 급식사업은 경쟁입찰이어서 실력이 작용한 결과”라면서도 “박 부회장이 CJ로 오고 난 뒤 두 그룹 간 화해 분위기가 사업 전반에 확산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삼성그룹 내에 단체 급식사업하는 계열사로는 삼성웰스토리가 있다.

삼성과 CJ는 고(故) 이병철 전 명예회장이 창립한 회사에서 갈라진 회사로 원래 한 뿌리다. 1997년 CJ는 신세계와 함께 삼성에서 계열분리됐다. 2012년 이 전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맹희 전 CJ그룹 명예회장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간 불화 사건이 일면서 사이가 벌어졌다.

하지만 2014년 이재현 CJ 회장이 건강과 법적인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사촌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법원에 탄원서를 내면서 화해 기운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간 사촌관계는 원래부터 좋았다”며 “이제 다시 화해해 나가는 과정이 확인된 것”이라고 평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