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진에도 명품 매출은 늘어… "백화점株 반등 보인다"
경기가 둔화하고 있지만 백화점주 반등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줄었던 매출이 다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는 가운데 고소득층이 주로 찾는 명품 판매가 증가세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증권 전문가들은 소득 양극화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통주 중에서 백화점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세계는 1만500원(3.40%) 오른 31만9500원에 마감했다. 이날 오르긴 했지만 이 회사 주가는 지난 5월 사상 최고가(47만5500원)를 경신한 뒤 이날 종가 기준으로 32.81% 떨어졌다.

롯데쇼핑현대백화점도 지난 6월29일 이후 이날까지 각각 10.95%, 15.93% 내렸다. 백화점주는 다른 내수주와 비슷하게 지난 5~6월 반등했지만, 경기가 꺾이는 신호가 강해지면서 급락세를 보였다. 소비 주체인 가계 부문의 체력이 약해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악재로 꼽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우선 실적 개선세가 뚜렷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 등 3대 백화점주의 지난 3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305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69억원)에 비해 47.43% 늘었다. 폭염으로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 컸다. 또 지난해 사드 배치 영향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사드 배치 이전까지 서울 주요 점포는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10% 안팎에 달했다”며 “올 들어 지난해 감소했던 관광객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명품 매출 증가도 백화점주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국내 전반적인 내수시장은 줄어들고 있지만 빈부 격차가 커진 데 따른 소비 양극화로 명품 매출은 늘고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명품 등 해외 브랜드의 매출 증가율이 매달 두 자릿수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2.5%에서 올 2분기 19.3%로 높아졌다”고 말했다.

백화점주는 실적은 개선되는데 주가 하락폭은 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도 있다는 평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각각 0.78배, 0.50배에 불과하다.

다만 같은 백화점주라 해도 사업 내용과 실적 등을 고려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세계나 현대백화점처럼 백화점 사업 비중이 높은 종목이 상승기에 더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