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주가 차갑게 식고 있다. 업체 간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이 늘고 있는 데다 가정간편식(HMR)이 인기를 끌면서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고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가격 인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단기 낙폭이 과도한 만큼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는 주장도 나온다.
쪼그라든 라면株… 다시 '주름' 펼 수 있을까
◆줄어드는 라면시장

농심은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000원(0.40%) 하락한 24만6500원에 마감했다. 지난 6월 전고점 대비 31.43%나 떨어졌다. 오뚜기와 삼양식품 주가도 6월 고점 대비 각각 20.75%, 30.89% 하락했다.

쪼그라든 라면株… 다시 '주름' 펼 수 있을까
주가 하락의 1차 원인은 실적 충격이다. 농심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64.6% 줄어든 65억원에 그쳤다. 증권사 추정치 217억원에 한참 못 미쳤다.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는 라면시장에서 부진한 실적을 내자 시장의 우려가 커졌다. 시장조사업체 AC닐슨에 따르면 2013년 65.9%에 달했던 농심의 라면시장 점유율은 올 상반기 53.2%까지 떨어졌다. 2위 업체 오뚜기(상반기 시장 점유율 26.7%)가 경쟁에 불을 붙였다. 라면 면발을 개선하고 할인점에서 대대적인 가격 할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농심의 점유율을 빼앗았다. 경쟁 과열은 업체들의 광고영업비 증가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오뚜기의 2분기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7.2% 줄었다.

밀, 콩, 쌀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도 커졌다. 하지만 장바구니 물가 상승 우려가 큰 시점에서 정부 눈치를 보지 않고 가격을 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내 라면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있어 성장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국내 라면 제조업체 네 곳의 작년 매출 합계는 1조9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웰빙 바람에다 다양한 제품을 앞세운 HMR 시장이 커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최선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라면시장 규모는 작년보다 6%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해외 매출 성장에 희망

증권사들은 이 같은 이유로 라면주 목표주가를 속속 낮추고 있다. 지난달 이후 농심은 다섯 곳, 오뚜기는 두 곳의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내렸다. 하지만 지금을 저점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들은 해외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꼽는다. 농심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10%에 불과했지만 매년 높아져 최근 20%를 넘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수출 국가가 40개를 넘었다. 수출 덕분에 삼양식품의 3분기 영업이익은 143억원으로 작년보다 31.5%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자산운용사 사장은 “국내 내수주도 이젠 해외사업 실적과 성장세에 주목해야 한다”며 “중국과 미국에서 계속 성장하고 있는 농심 등은 저가 매수할 만한 기회”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농심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주당순자산)은 0.79배까지 떨어졌다. 회사가 보유한 자산을 다 팔고 사업을 청산할 때 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 평균치인 1.1배와 비교해도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