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학력위조 의혹, 거액의 부동산 보유 의혹, 숨겨둔 처자가 있다는 의혹 등을 받아온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사진)에 대한 불신임 결의안이 가결됐다.

'사상 초유' 조계종 총무원장 탄핵
조계종 중앙종회는 16일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문화역사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임시회를 열고 총무원장 불신임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재적 의원 75명 전원이 참석한 이날 임시회에서 56명이 찬성했고, 반대는 14명에 그쳤다. 총무원장 불신임은 1962년 조계종 통합종단 출범 이후 처음이다.

설정 스님은 당초 이날 임시종회 전까지 자진 용퇴하기로 했으나 이를 번복하고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통해 “종단혁신위원회를 새로 발족해 종헌종법을 재정비하고 12월31일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불신임 결의안은 자승 전 총무원장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중앙종회 내 최대 계파인 ‘불교광장’ 소속 43명이 제출했다. 불교광장은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에서 설정 스님을 지지했으나 최근 중도 퇴진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교구본사주지협의회도 설정 스님의 퇴진을 압박해왔다.

총무원장 불신임안은 오는 22일 열리는 원로회의에서 24명 중 과반인 12명 이상이 찬성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이미 진제 종정이 총무원장 사퇴를 기정사실화한 데다 종단 안팎의 즉각 퇴진 요구가 거세 원로회의에서 불신임안이 인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원로회의가 불신임안을 인준하면 조계종은 총무원장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며 60일 이내에 총무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하지만 사태 수습안을 놓고 조계종의 내홍이 길어질 전망이다. 종헌·종법 테두리 안에서 수습하려는 중앙종회, 교구본사주지협의회 등 종단의 기존 세력과 승려대회 등을 통해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불교시민단체 등 개혁세력의 요구가 맞서고 있어서다.

서화동 문화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