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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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주식시장 전망은 신중론이 우세하다. 신흥국에 이어 요즘 잘나가는 미국 증시도 본격 조정이 임박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경제 여건도 녹록지 않다. 일각에선 “3분기에 증시가 반등하면 매도 기회로 삼으라”는 조언도 나온다. 행동이 빠른 사람들은 이미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높였다. 하지만 완전히 반대로 움직이는 사람도 있다. ‘오히려 저가 매수 기회’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다.

다른 매매와 마찬가지로 주식 거래엔 정반대 입장을 가진 양측, 즉 매도자와 매수자가 있다. 그중 누구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판가름 난다.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불확실한 주식투자에서 투자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격언이다. 격언은 대개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사람의 경험이 응집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주식투자 격언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진 격언을 추려 투자자들이 얼마나 아는지, 실제 투자에 적용하는지를 조사한 연구가 있다. 주식투자 경력이 5년 이상인 30~40대 투자자 191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는 주식투자 격언을 △투자원칙 △분산투자 △종목선정 △매매원칙 등으로 구분했다.

연구에 사용된 투자원칙 관련 격언은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라’와 ‘쉬는 것도 투자다’이다. 전자는 조사 대상자의 93%가 안다고 응답했고 후자는 이 비율이 87%였다. 격언을 아는 사람 중 투자에 적용한 사람의 비율은 각각 72%와 28%였다.
알아도 실천은 힘든 주식투자 격언… "나만의 투자 원칙부터 세워라"
여유자금으로 투자해야 손실을 보고 있는 시점에 쫓기듯 매도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투자원칙을 많은 투자자들이 실천하고 있다. 이와 달리 ‘쉬는 것도 투자다’라는 격언은 알긴 해도 실천하는 사람은 적었다. ‘일단 사고 보자’는 마음이 강한 탓이다.

분산투자 격언은 ‘연 날릴 때는 연줄을 모두 풀지 않는다’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다’이다. 격언을 아는 사람 비율은 전자(62%)에 비해 후자(90%)가 월등히 높았다. 그러나 격언을 아는 사람 중 투자에 적용한 사람 비율은 각각 82%와 85%로 비슷했다. 분산투자 격언은 아는 사람은 대부분 실천한다는 의미다.

분산투자는 위험뿐 아니라 이익도 분산되기 때문에 ‘크게 벌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크게 잃지 않기 위한’ 방법에 가깝다. ‘몰빵’ 투자의 폐해를 무릅쓰면서까지 자신의 인생을 바꿔보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가장 기본적인 원칙으로 삼을 만하다.

종목선정 격언은 ‘뛰는 말에 올라타라’와 ‘엎질러진 우유를 보고 울지 말고 다른 젖소를 찾아라’이다. 전자와 후자를 아는 투자자는 각각 72%와 74%였다. 그러나 이 중 격언을 투자에 적용한 사람은 37%와 47%에 그쳤다. 투자할 종목을 고르는 데는 격언이 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셈이다.

매매원칙 격언은 ‘분할 매수, 분할 매도하라’,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아라’ 등이다. 응답자의 70~80%가 이 격언들을 안다고 답했다. 이 중 격언을 실천에 옮긴 사람은 30~40%에 불과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탐욕과 두려움으로 주가가 오를 때는 ‘사자’에 돈을 쏟아붓고 떨어질 때는 서둘러 주식을 파는 경향이 있다. 매매원칙에 대한 격언을 실천하는 사람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살펴본 격언을 투자에 적용한 사람 중 성과를 봤다고 응답한 비율은 50% 수준이었다. 격언을 실천해 성과를 본 사람과 보지 못한 사람이 반반인 셈이다. 다만 ‘분할 매수 분할 매도하라’는 격언은 성과를 봤다는 응답이 74%에 달했다. 많은 사람이 성과를 봤다는 격언은 따라 할 만하다.

주식투자에서 분산투자만큼 많이 언급되는 게 장기투자다. 우주에선 히말라야산맥이 평평해 보이고 그랜드캐니언은 도랑으로 보이는 것처럼 수십 년의 장기적 흐름으로 보면 주식시장은 멋진 상승곡선을 그린다.

멀리서 볼 때는 험준한 산맥과 깊은 협곡의 거친 지형이 드러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장기 주가 그래프에선 중간중간 투자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묻혀버리고 상승 추세만 남는다.

알아도 실천은 힘든 주식투자 격언… "나만의 투자 원칙부터 세워라"
문제는 수십 년 장기투자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투자하는 동안 집도 사야 하고 자녀 학비나 결혼비용이 필요하며 은퇴비용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주식투자를 한다면 격언을 참고삼아 자신만의 투자 원칙을 만들어야 한다. 주식투자는 원칙을 세워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신이 세운 원칙부터 철저하게 지키는 게 우선이다.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