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10조원가량을 투자해 경기 이천에 새 반도체 공장을 짓는다. 새 공장에서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D램을 주로 생산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4~6월)에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영업이익률이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쿼드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고 26일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에 새 공장을 착공하기로 하고 부지 조성 등과 관련한 조율을 이천시와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초부터 본격 양산에 나서는 충북 청주 M15 공장에 이은 M16 공장이다. M15 공장이 3차원(3D) 낸드플래시를 주로 생산할 예정이어서 M16 공장에서는 D램을 생산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한 대기업에서 3조~4조원 규모, 중기적으로 15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D램 품귀 현상에 따른 평균 판매가격(ASP) 상승으로 SK하이닉스는 2분기에 매출 10조3705억원, 영업이익 5조5739억원, 순이익 4조3285억원의 호실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5.0%, 영업이익은 82.7% 늘었다. 분기 기준으로 매출 10조원, 영업이익 5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영업이익률은 53.7%에 달해 지난 1분기에 기록한 최고치(50.1%)를 한 분기 만에 갈아치웠다.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하반기 반도체 시장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최근 ‘반도체 고점 논란’이 불거졌다. 주가도 크게 출렁였다. 26일 발표된 SK하이닉스 실적은 정반대의 신호를 보냈다. 여전히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갔다. 회사 측 설명에도 자신감이 묻어났다. 하반기 역시 서버용 D램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증가하고, 미세공정 전환 속도가 느려지면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D램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반기에도 메모리반도체 수요를 이끄는 것은 서버용 D램이다. 먼저 미국과 중국의 주요 IDC(인터넷 데이터센터)업체가 투자 계획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 아마존 페이스북 구글 등 미국 업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데이터센터 증설 움직임은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업체로 확산됐다. 여기에 구글, MS, 아마존 등이 하반기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는 점도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공급 부족 상황이 지속되면서 서버용 D램 거래는 ‘공급자 위주의 시장’이 됐다. SK하이닉스의 중국 및 미국 지역 서버 D램 거래는 1년 장기 계약(LTA)이 90% 이상이다. 장기 계약을 맺은 중국 업체들이 하반기 물량을 앞당겨 납품해달라고 요청할 정도로 수요가 탄탄하다.이명영 SK하이닉스 경영지원담당 부사장(CFO)은 “상반기 소비자들이 계약 대비 물량을 더 달라고 했으나 물량이 부족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미국 IDC업체들은 내년 물량을 올해보다 큰 폭으로 상향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내년까지 서버용 D램 수요가 탄탄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모바일 시장도 긍정적이다. 수요는 정체됐지만 스마트폰 메모리 고용량화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 비보 등은 게임 사용자의 수요를 잡기 위해 자사 스마트폰에 10GB 이상 D램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는 주요 업체들이 신규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계절적 성수기기도 하다. 상반기 대비 그래픽카드용 GPU 가격이 하락하면서 게임용 고사양 PC 수요도 커지고 있다.하반기에도 공격적인 설비투자이 부사장은 “업체들의 웨이퍼 확보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세화 난도가 올라가면서 생산 증가분이 충분하지 않다”며 “현재의 D램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4세대 3차원(3D) 공정 전환으로 공급량이 늘어나는 낸드플래시는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하지만 이런 가격 하락이 다시 수요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 수요를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가 대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제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모바일 시장에서는 플래그십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중저가 제품에서도 128GB 이상 고사양 낸드플래시를 채택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SK하이닉스는 신규 공정 확대 적용과 양산 가속화를 통해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D램은 10나노급 공정 기술의 비중을 수요 강세가 예상되는 서버와 모바일 시장을 중심으로 확대한다. 연말까지 10나노급 D램 비중을 33%까지 늘릴 계획이다. 낸드플래시는 4세대 3D 제품의 양산 가속화에 집중하는 가운데 고용량 모바일 제품과 기업용 SSD 수요 대응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연말까지 72단 낸드플래시 비중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기업용 SSD 판매 비중은 내년까지 10%대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하반기에도 공격적인 설비 투자는 이어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청주 M15 공장의 완공과 초기 설비 도입 등으로 상반기(8조원)보다 약간 많은 수준의 설비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최근 하락한 현물가가 고정거래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습니다.”26일 열린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SK하이닉스 측은 반도체 경기와 관련된 비관론을 거듭 반박했다. 만 2년간 이어지는 반도체 호황이 끝날 기미가 6개월에서 1년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골자다.우선 올 들어 하락한 현물가를 근거로 고정거래가를 부정적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명영 SK하이닉스 부사장은 “PC 등을 중심으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는 메모리반도체 비중이 크게 줄어 현물가가 과거와 같은 의미를 지니기 힘들다”며 “현물가와 고정거래가는 별개 시장으로 추세적 상관관계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고정거래가는 반도체를 대규모로 구입하는 전자업체들이 반도체 제조업체와 계약하는 가격을 말한다. 현물가는 소비자가 시장에서 반도체를 직접 구입할 때의 값이다. 지난해 11월 9.62달러(DDR4 8Gb 기준)였던 D램 현물가가 최근 8달러 선 밑으로 떨어지며 반도체 호황이 곧 끝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빚어졌다.주로 PC가 중심인 현물가 하락 현상과 별개로 PC용 D램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2분기 PC 출하량은 6210만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4% 늘었다. 게임용을 중심으로 PC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SK하이닉스 등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은 기존 PC용 D램 생산라인도 부가가치가 높은 서버용으로 전환하고 있어 PC용 D램 품귀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여기에는 반론도 있다. 현물가 하락이 바로 고정거래가 약세로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추가 상승을 상당히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PC용 D램 현물가가 고정거래가를 3%가량 밑돌아 PC 제조업체가 높은 수준의 고정거래가를 수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판매가 위축되고 있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도 부정적인 요인이다.SK하이닉스가 이날 실적발표회에서 보인 향후 시장에 대한 자신감도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1월 SK하이닉스는 올해 공급 증가폭을 D램 20%, 낸드플래시 40%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추산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이보다 3~6%포인트 많은 생산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이 수요 증가폭을 실제보다 높게 잡아 연말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 배경이다.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