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회사를 담당한 회계법인을 검찰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19일 서울중앙지검에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와 삼정·안진 회계법인 및 대표 등을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 회계기준을 변경한 사실과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가 추가 감리를 요청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고의로 고평가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배력 상실 판단에 따라 2015년말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가치를 장부가액(2900억원)에서 시장가액(4조8000억원)으로 재평가했다. 참여연대는 "콜옵션 공시누락이 없었다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은 성사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콜옵션 공시누락의 고의성이 의심된다"며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와 관련해 4조5000억원의 가공 이익을 반영한 것은 이후 삼바의 상장추진과 연관 지어보면 불공정했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의 사후 정당화를 위한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된다"고 밝혔다. 앞서 관련 내용을 심의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에 부여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 주식 콜옵션 등 공시를 고의로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담당 임원 해임 권고와 감사인 지정 및 검찰 고발 등 제재를 의결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부당하게 변경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금융감독원이 감리를 실시하면 그 결과를 토대로 최종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회계기준 임의변경에 대한 증선위 판단보류 이해 못 해"…수사 촉구참여연대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삼성바이오로직스 법인을 비롯해 회계감사를 벌인 2개 회계법인 대표를 주식회사의외부감사에관한법률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19일 밝혔다.참여연대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회계기준을 변경한 사실과 관련해 증권선물위원회가 추가 감리를 요청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고 고발 사유를 밝혔다.참여연대는 "1년 넘게 진행된 금융감독원의 특별감리와 증선위 심의 과정에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 판단을 바꿀만한 객관적인 사건이 있었음을 밝혀내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강행하기 위해 제일모직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가치를 고평가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며 검찰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증선위는 지난 12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바이오젠과의 콜옵션 계약 내용을 누락 공시한 점이 고의라고 판단해 담당 임원 해임·검찰 고발 등 제재를 결정했다.다만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공정가치로 임의 변경했다는 지적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다./연합뉴스
“이해관계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균형된 결론을 내리겠다.”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는 증권선물위원회를 지난달 7일 시작하며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증권선물위원장)이 이같이 발언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인 지난 12일 증선위는 ‘고의적 공시 누락’ 혐의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대표이사를 검찰에 고발하는 중징계를 내렸다. 핵심 쟁점인 분식회계 혐의에 대해선 금융감독원에 재감리를 요청하며 판단을 미뤘다.법 위반으로 지적된 2012~2015년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기 전 기간으로, 재무제표에 대한 주요 정보 이용자(주주)는 삼성전자,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 그룹 계열사와 외국인 투자자인 퀸타일즈뿐이었다. 그 당시로 돌아가서 살펴본다면 주주들이 이미 콜옵션 존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고의로 공시를 누락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이다.회사 상장 전 공시 누락에까지 고의적이었다는 혐의를 씌워 검찰에 고발한 것에 기업들은 큰 충격을 받고 있다.기업들이 받은 충격과 별개로 이 건에 연관된 이해 당사자들은 “증선위가 묘수를 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증선위는 우선 시가총액 26조5983억원짜리 대형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 손익 정정과 상장폐지를 막아 개인투자자들이 정권에 등을 돌릴 가능성을 제거했다. 일찌감치 고의 분식을 주장한 금감원엔 퇴로를 마련해 주고, 고의성을 판단하는 부담은 검찰과 국회로 넘겼다. 증선위의 이번 결정이 “고도의 정무적 판단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일각에선 기업의 회계처리에 대한 판단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참여연대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문제 제기로 시작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감리는 심의 도중 여야 국회의원들의 성명이 잇따라 발표되는 등 정치적 압박이 강하게 가해졌다. 금감원이 정치권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격 논리를 감리조치안에 대폭 적용했다는 분석도 많았다.공정한 심의를 위해 엄격하게 보호돼야 할 감리위원들의 신상 명세가 공개되는가 하면 어떤 시민단체는 결론이 나기도 전에 감리위원들을 ‘예비 피의자’로 검찰에 고발하는 코미디 같은 일도 벌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 계열사가 아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시각이다.‘금융감독기구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감원 설립 목적은 건전한 신용질서와 공정한 금융거래관행을 확립하고 금융수요자를 보호함으로써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금융위는 관련 법률에 따라 그 권한에 속하는 사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번 사건을 처리하면서 정무적 판단을 개입시켜 조직의 존립 기반을 스스로 훼손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기업들의 회계처리가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잇달아 나옴에 따라 회계감리가 기업 길들이기를 위한 정권의 칼로 굳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