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18일 오전 9시34분이진희 자이글 대표가 회사 주식을 잇달아 사들이고 있다. 주가가 공모가의 반 토막 수준까지 떨어지자 최근 2주 동안에만 7만5000주를 매입하며 주가 방어에 나섰다.자이글은 이 대표가 지난 10일 회사 주식 5000주를 주당 6252원에 매수했다고 16일 공시했다. 지난달 28일 1만 주를 매입한 것을 시작으로 2주 동안 약 4억6000만원을 들여 7만5000주를 사들였다. 이번 거래로 최대주주인 이 대표 지분율은 64.75%에서 65.23%로 높아졌다.주식시장에선 이 대표가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매입에 나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이글은 2008년 설립된 생활가전 제조업체다. 사명과 같은 적외선 조리기구 ‘자이글’이 홈쇼핑 등에서 불티나게 팔리며 성장세를 탔다. 이에 힘입어 2016년 11월 1만1000원의 공모가격으로 코스닥시장에 입성했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 대표가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 직전인 지난달 19일 자이글은 5820원까지 주저앉으며 사상 최저가를 경신했다.실적 부진에 투자자들이 실망한 것이 주가 하락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부터 외형 축소와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자이글의 지난 1분기 매출은 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영업이익은 10억원으로 57% 감소했다. 최근 사업 다각화를 위해 외식, 헬스케어, 가상현실(VR) 사업 등에 잇달아 뛰어들면서 비용이 커진 것도 주가에는 부담이 됐다는 평가다.이 대표가 잇달아 주식을 사들이자 자이글 주가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자이글은 전날 대비 90원(-1.36%) 내린 6510원에 장을 마치긴 했지만 지난달 19일 저점 대비로는 11.9% 반등했다.최대주주가 지분을 늘리면서 유통주식 물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자사주(0.78%), 우리사주조합(0.50%) 지분을 비롯해 최대주주 및 특별관계인 지분을 제외하면 현재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이글 주식은 1335만521주로 전체 발행 주식의 31.42% 수준에 그친다.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
2015년 휴롬은 거칠 게 없었다. 착즙 주스를 만드는 원액기 시장을 개척한 효과였다. 중국 시장에서도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그해 매출은 2000억원을 넘어섰다. 스타 기업 대열에 올랐다. 휴롬은 새로운 전략을 내놨다. ‘건강카페’였다. 이 카페는 크게 확산되지 않았다. 중국에서는 짝퉁 수십 가지가 쏟아져 나왔다. 이후 휴롬은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지난해 매출은 2015년의 절반도 안 되는 929억원으로 급감했다. 성장을 이끌 두 번째 혁신을 준비하지 못한 결과였다. 휴롬을 비롯해 소비재 시장의 스타로 떠올랐던 기업들이 지난해 줄줄이 추락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침구청소기업체 레이캅, 자전거 시장의 새로운 스타로 등장했던 알톤스포츠, 홈쇼핑의 효자상품으로 불리던 자이글 등이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매출 1000억~2000억원대에서 추락의 쓴맛을 봤다. 레이캅은 일본 주부들의 열광 속에 2013년 매출 1000억원을 넘었지만 작년 매출은 200억원대로 고꾸라졌다. 경쟁 업체들이 비슷한 제품을 내놓은 탓이다. 알톤스포츠는 혁신적 디자인을 적용한 자전거 로드마스터로 한때 시장을 장악했지만 지난해엔 매출 400억원,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다. 진입장벽이 사라진 시장에서 대박 상품을 잇는 혁신 제품을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전문가들은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틈새시장을 개척해 성공 스토리를 쓴 기업들이 혁신을 이어가지 못하고 ‘슈팅 스타(별똥별)’의 위기에 처했다고 분석한다.전설리/이우상 기자 sljun@hankyung.com
1935년 기업의 평균 수명은 90년이었다. 이 수명이 1975년 30년으로, 2015년에는 15년으로 줄었다. 맥킨지 분석이다. 기업 생존은 그만큼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생존의 필수 조건으로 변화 또는 변신을 꼽는다. 변신은 이어지는 혁신제품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휴롬 레이캅 자이글 알톤스포츠 등 한국 중소 스타기업들이 위기를 겪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박을 이을 새로운 혁신제품의 부재는 변신의 걸림돌이 됐다. 이로 인해 실적은 급속히 나빠졌다. 찰스 홀리데이 전 듀폰 회장은 “변신을 시도하면 생존할 확률이 60~70%지만 변신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는다”고 했다. 국내 스타 중소·중견기업이 위기를 딛고 ‘두 번째 혁신’을 통해 변신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실적 줄줄이 추락“스타벅스 커피처럼 세계 어디에서든 휴롬 주스를 접하도록 하겠다.”2016년 중국 항저우 알리바바그룹 강당에서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가 선정한 100대 브랜드 행사에 참석한 김영기 휴롬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휴롬의 브랜드 파워는 그만큼 강력했다. 휴롬은 2008년 스크루를 이용해 저속으로 지그시 짜내 원재료의 맛과 영양을 보존하는 착즙기를 선보여 대박을 쳤다. 2009년 300억원이던 매출은 2015년 2300억원으로 8배 가까이로 급증했다.하지만 ‘스타벅스 같은 주스카페’는 늘어나지 않았다. 카페 확장에 공들이는 사이 주력 제품인 착즙기 시장에서 휴롬은 밀려나기 시작했다. 경쟁자들은 착즙기보다 세척이 쉽고 성능이 개선된 핸드블렌더 초고속블렌더 등을 들고 나왔다. 주방용품업체 해피콜이 홈쇼핑에서 초고속블렌더를 팔아 점유율을 높였다. 해외업체도 시장을 잠식했다. 휴롬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2016년 1600억원대로 줄어든 매출은 작년 900억원대로 쪼그라들었다. 10년 만에 200억원대의 영업적자도 냈다.레이캅도 두 번째 혁신을 이어가지 못해 실적이 나빠졌다. 레이캅은 2007년 침구살균청소기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의사 출신인 이성진 대표는 자외선으로 침구 살균을 해주고 집먼지진드기까지 잡아주는 제품을 내놨다. 청결을 중시하는 일본에서 대박을 쳤다. 그 덕분에 매출은 2011년 300억원대에서 2014년 1800억원대로 껑충 뛰었다.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매출의 80%를 차지했던 일본에서 문제가 생겼다. 다이슨을 비롯해 도시바 샤프 파나소닉 히타치 등이 비슷한 제품을 내놨다. 레이캅은 다이슨과 마케팅 전쟁을 벌였으나 패했다. 다이슨은 “청소기에선 흡입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밀어붙였다. 국내에서도 LG전자 등이 침구청소기 기능이 있는 진공청소기를 선보였다. 판매량은 급감했다. 작년 레이캅 매출은 2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진입장벽을 쌓지도, 새로운 제품을 내놓지도 못한 결과였다.혁신 지속 못하고 시장 내줘알톤스포츠는 로드 자전거 시장이 폭발한 2014년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 국내 자전거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중국공장 생산효율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5년부터 국내 판매량은 줄었다. 중국산 저가 자전거가 밀려들었다. 2016년엔 미세먼지 여파로 타격을 입었다. 미세먼지로 국내 자전거 시장까지 축소됐다.자이글도 한 제품에만 의존하다가 위기를 겪었다. 자이글은 연기가 나지 않고 옷에 냄새가 배지 않는 그릴 제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홈쇼핑 등에서 히트를 쳤다. 2013년 200억원대였던 매출은 2년 만인 2015년 1000억원을 넘어섰다. 하지만 작년 매출은 800억원대로 내려앉았다.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다.이동기 서울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들이 “제품 집중화 전략의 함정에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에 나오는 어떤 제품이든 라이프사이클(수명)이 있기 마련”이라며 “첫 번째 제품의 수명이 다했을 때 다음 제품 개발을 시작하면 당황해서 마구잡이식으로 제품을 내놔 실패 확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이를 피하기 위해선 “사업 초기 첫 번째 제품뿐만 아니라 두 번째, 세 번째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상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이들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휴롬은 다음달 세척하기 쉬운 착즙기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레이캅은 지난달 일본에서 자체 청정·살균 기능이 있는 침구컨디셔너 신제품을 선보였다. 알톤스포츠는 전기자전거로, 자이글은 외식사업으로 재기에 나선다.전설리/이우상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