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격화하면서 한국 증시가 또 한 번 출렁였다.

11일 코스피지수는 13.54%포인트(0.59%) 하락한 2280.62에 마감했다. 장 초반부터 기관이 매도 물량을 쏟아내 코스피지수는 한때 하락 폭이 1%를 넘었으나 개인과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낙폭을 일부 줄였다. 이날 기관은 1251억원어치 순매도했고,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1351억원과 201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코스닥지수는 8.41포인트(1.03%) 내린 804.78에 거래를 마쳤다.

'고용 쇼크'까지 덮친 증시… 나흘 만에 다시 '털썩'
장 시작부터 악재가 쏟아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0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1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이어, 국내에선 ‘고용 쇼크’ 수준에 가까운 6월 고용 지표가 발표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강 상태를 보이는 듯했던 미·중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가 재차 커지는 양상”이라며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미 5000억달러에 달하는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했던 만큼 단기 충격의 강도는 예전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0.65%) 현대자동차(-1.62%) KB금융(-1.28%) SK이노베이션(-0.78%) 등 기관 매도세가 집중된 시가총액 상위 반도체·자동차·금융·정유·화학주 등이 무더기로 하락했다.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몸을 사리며 최근 증시 영향력이 현격히 떨어졌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신흥국 주식이 싸졌다며 저가 매수를 권했으나 “서둘러 매수할 필요는 없다”(JP모간), “가짜 반등이다”(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외국인이 이날 코스피200 선물을 6741계약 순매수하는 등 최근 선물 매수를 늘리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외국인의 대규모 선물 매수는 흔히 증시 바닥 신호로 해석된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반등을 위한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외국인이 현물과 선물을 함께 매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추가 관세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시장에선 미·중 간 협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2000억달러어치 중국 상품에 고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은 실현 가능성보다는 중국의 보복 의지를 꺾어 협상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추가 관세 부과가 이뤄지기 전까지 약 두 달 동안 양국이 긴밀하게 협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