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값 10년 만에 최저… 샘표, 이틀새 55% 급등
샘표, 신송홀딩스 등 장류(醬類) 제조업체 주가가 9일 급등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 여파로 국제 곡물시장에서 대두(콩) 선물가격이 1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주 원재료 중 하나인 대두 가격 하락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샘표는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가격제한폭(29.97%)까지 오른 4만8350원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인 6일 25.68% 급등한 데 이어 이날도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최근 1년 내 최고가를 경신했다. 샘표는 간장과 고추장, 된장 등을 생산·판매하는 샘표식품 모회사다. 샘표식품도 상한가인 1만1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연구원은 “샘표식품은 대부분 미국에서 수입한 대두로 장을 만들기 때문에 국제 대두 선물가격이 하락할수록 원가절감 효과를 많이 본다”고 말했다. 자회사 신송식품(비상장)을 통해 장류를 제조하는 신송홀딩스도 같은 이유로 이날 24.54% 급등(종가 7460원)했다.

콩값 10년 만에 최저… 샘표, 이틀새 55% 급등
대두 선물가격은 지난 5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부셸(약 27㎏)당 835.40센트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12월10일(829.40센트) 후 10년 만에 최저가다. 미·중 무역 갈등이 가시화된 지난달 이후 하락률은 14.18%에 달한다. 이석진 원자재&해외투자연구소장은 “중국 정부가 지난 6일 미국산 대두와 소맥(밀) 등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제 곡물 수요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결과”라고 말했다. 대두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미국 대두 수출량의 약 60%를 수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 곡물 가격이 당분간 반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소장은 “미·중 무역 분쟁이 하루이틀 지속될 문제도 아닌 데다 농산물 주 수요처인 신흥국 경기도 좋지 않아 글로벌 곡물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내년까지 대두 선물가격이 부셸당 1000센트를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통화 긴축 움직임으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도 곡물을 비롯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미 달러화 가치와 원자재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대두, 옥수수 등 국제 곡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국내 농산물 펀드의 수익률도 고꾸라지고 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8개 농산물 펀드의 최근 1개월간 수익률(9일 기준)은 -8.22%를 기록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