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업종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국내 소비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해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들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한섬, F&F, 휠라코리아는 해외시장 개척과 히트상품 개발 등으로 저마다의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F&F는 올 들어 지난달 29일(8만1600원)까지 94.52% 상승했다. 1만원 후반이었던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5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F&F·휠라코리아·한섬… '패션株 3총사' 매력 발산
F&F는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와 스포츠 브랜드 MLB의 라이선스를 보유한 의류 업체다. 디스커버리가 지난해 롱패딩 열풍을 일으키며 실적을 끌어올린 데 이어 최근에는 MLB가 중국인 관광객(유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MLB 매출은 225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26.57%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2월 면세점에 입점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홍콩에 1호점을 내며 해외로 진출한 데 따른 효과다.

이동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MLB의 면세점 판매는 모자 중심이어서 영업이익률이 높고, 재고 부담은 적고 계절을 타지 않는 장점이 있다”며 “디스커버리에 이어 확실한 성장엔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휠라코리아도 상반기 106.19% 뛰었다. 지난해 브랜드 재정립 후 코트화 등 히트상품을 연달아 내놓으며 10~20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브랜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휠라코리아의 2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0.48% 늘어난 1336억원으로, 영업이익은 92.31% 증가한 100억원으로 추정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서 신발 제품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100% 이상 늘었고 의류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밝다. 중국에서 고급 스포츠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 성장도 기대되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중국 합작법인이 보내오는 로열티 수수료도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2월부터 면세점에 진출하고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는 등 판매처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한국, 미국 등에서도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타임, 마인 등의 브랜드로 유명한 한섬(32.43%)은 고가 브랜드 정책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32%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에 진출하지 않고 국내에서만 사업하는 기업으론 드문 성과라는 평가다.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이익이 나지 않는 브랜드를 정리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며 “여성 의류 브랜드인 클럽모나코의 매출도 늘어나는 등 2016년 말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를 인수한 시너지 효과도 나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