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 주총까지 열었지만… 상장사들, 감사 선임 실패 잇따라
코스닥 상장 소프트웨어 업체 엑셈은 1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었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무산된 감사 선임을 다시 시도하기 위해서였다. 주주들에게 거듭 참여를 독려했지만 이번에도 역부족이었다. 석 달 전과 마찬가지로 의결권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감사 선임 땐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되는 데다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제도)까지 폐지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주총 역시 감사 선임을 위한 최소 의결권의 절반도 못 넘겼다”며 “정말 답이 없다”고 토로했다.

올 들어 ‘주총 대란’을 겪은 상장사들이 부결된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속속 임시 주총을 열고 있지만 이번에도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엑셈 외에도 드래곤플라이 iMBC 솔루에타 등이 최근 임시 주총을 열었다가 또다시 좌절해야 했다.

재무제표 승인 등 보통결의 안건은 ‘출석한 주주의 과반수’와 ‘의결권 있는 주식의 25% 이상’이 찬성해야만 통과된다. 주주들이 주총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주총에서 나온 찬반 비율대로 실제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섀도보팅이 폐지되면서 주총 대란이 현실화됐다. 특히 감사 선임안은 표결 때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돼 구조적으로 의결권 정족수를 채우기 어렵다.

지난 정기 주총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회사는 76개에 달했다. 안건별로는 감사 선임 무산 56개사, 정관 변경 8개사, 재무제표 승인·임원보수 승인·이사 선임 등이 각각 4개사였다.

상법에선 신임 감사 안건이 통과하지 못해도 기존 감사가 다음 주총이 열릴 때까지 계속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언제까지 새로운 감사를 뽑아야 한다는 법적 조항은 없다. 상장사들은 임시 주총을 열어야 할지, 내년 정기 주총까지 기다려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관계자는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 중 상당수가 임시 주총을 열고 있지만 결과는 정기 주총과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내년에도 주총 대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금융위원회 법무부 등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주총 의결 요건을 현행 ‘발행 주식 총수의 25% 찬성’에서 ‘20% 찬성’으로 낮추는 상법 개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