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18일 오후 3시40분

[마켓인사이트] 환인제약이 보유한 자사株 18%, 경영권 승계 때 활용되나
환인제약은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갖추고 넉넉한 현금성 자산을 가지고 있다.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이 회사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유다. 기관투자가 지분을 합하면 오너인 이광식 회장 일가를 넘어설 정도다. 그러나 오너 일가는 18%가량의 자사주 덕분에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다.

이 자사주가 어떻게 활용될지 증권업계의 관심이 높다. 오너 일가가 경영권 승계에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선 나온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 등을 노린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도 예상하고 있다.

◆우리 사주로 경영권 유지

[마켓인사이트] 환인제약이 보유한 자사株 18%, 경영권 승계 때 활용되나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국 투자업체인 인터내셔널밸류어드바이저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환인제약 지분 1.59%(29만6548주)를 사들여 보유 지분을 6.48%에서 8.07%로 늘렸다. 2007년 설립된 인터내셔널밸류어드바이저스는 저평가된 가치주를 주로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기준 운용자산이 41억4397만달러(약 4조4480억원)에 이른다.

국내 가치주 투자 명가로 꼽히는 신영자산운용도 지난 3월부터 두 달 동안 환인제약 지분을 9.27%에서 10.29%로 늘렸다. 피델리티자산운용도 환인제약 지분 9.99%를 갖고 있다. 이들 기관투자가의 보유 지분 합계는 28.35%에 달한다. 오너가인 이광식 회장 일가 지분(21.20%)을 넘어선다.

그러나 오너가의 경영권은 튼튼하다는 평가다. 환인제약이 보유한 자사주가 17.91%에 달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우호 주주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20%대 초반에 불과해 경영권 분쟁을 겪기도 했다. 외국계 사모펀드(PEF) 데칸밸류어드바이저리는 2000년 중반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이 회사 주식을 20%가량 매입해 최대주주 자리를 위협했다. 데칸은 2009년 자체 추천한 사외이사와 비상근감사 선임안을 놓고 이 회장 일가와 주총에서 표 대결을 벌이다가 실패했다. 같은 해 환인제약 지분을 대부분 매각하고 떠났다.

◆행동주의 투자자 타깃 가능성

환인제약은 틈새시장인 신경정신과 치료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1479억원, 영업이익 296억원을 기록했다. 3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14.3%에 불과하고, 자산(2821억원) 가운데 현금성 자산(금융자산 등 포함)이 895억원이나 된다.

투자은행(IB)업계는 이 회사가 현금성 자산과 자사주가 많아 행동주의 투자자의 표적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업들은 보유한 자사주의 장부가치만큼을 자기자본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회계처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투자 기업에 종종 자사주 소각을 요구한다. 환인제약도 자사주 소각을 빌미로 공격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환인제약이 보유한 자사주를 이 회장의 장남인 이원범 사장 등에게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사장의 회사 지분이 2.58%에 불과해서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승계를 마무리하고 경영권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매입 자금 부담이 적지 않다. 18일 종가(2만1300원) 기준 환인제약이 보유한 자사주 지분 가치가 약 700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