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CATL 효과’로 국내 증시에서 2차전지 관련주가 들썩이고 있다.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CATL이 지난 11일 선전 증시에 상장한 뒤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선 국내 2차전지 업체의 기업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中 CATL, 상장후 5일 연속 상한가… 국내 2차전지株도 재평가 받나
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SDI는 8500원(3.74%) 오른 23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LG화학은 3500원(0.95%) 올라 37만3500원에 마감했다. 이달 들어 삼성SDI는 17.5%, LG화학은 10.3% 오르는 등 최근 두 종목의 상승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두 회사의 2차전지 사업부 가치가 재부각되면서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 순수 배터리 업체가 상장한 것은 CATL이 처음”이라며 “그동안 국내 기업의 2차전지 사업 가치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논쟁이 있었는데 이번에 객관적인 비교 대상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CATL은 중국 1위이자 세계 2위의 전기차 배터리(리튬이온) 제조사다. 애플 아이폰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회사인 ATL에서 전기차 배터리 부문이 떨어져 나와 설립됐다. 지리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 회사가 주요 고객이며, 매출의 87%가 전기차 배터리에서 나온다.

지난 11일 선전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5일 연속 상한가(하루 10%)를 기록하며 현재 시가총액이 19조6082억원에 이른다. 16조1940억원인 삼성SDI를 앞질렀고 LG화학(26조3362억원)과는 시총 차이가 약 6조원으로 좁혀졌다.

지난해 2차전지 사업 실적을 보면 국내 기업이 CATL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CATL은 매출 3조4055억원에 영업이익 8389억원을 올렸지만, 삼성SDI 전지사업부는 매출 4조2990억원에 영업적자 950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도 4조원대 매출에 영업이익은 290억원에 불과했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 원재료값 상승, 전기차 배터리 초기 투자 등이 겹치며 수익성이 나빠진 탓이다.

하지만 중장기 경쟁력과 생산 능력을 보면 국내 기업이 CATL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LG화학의 중대형 전지 생산 능력은 CATL과 비슷한데 2020년에는 LG화학이 70기가와트시(GWh)로 CATL(50GWh)을 앞설 전망”이라며 “CATL은 매출의 98.4%가 중국에 한정된 것도 약점”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미국과 유럽 자동차업체로부터 물량을 수주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 앞서 있다는 것이다.

삼성SDI도 2020년 중대형 전지 생산 능력이 30GWh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현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소한 삼성SDI 전지사업부 가치가 CATL의 60%는 돼야 한다는 뜻”이라며 “전지사업부 가치 10조원에 전자재료사업부와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가치를 합하면 시총이 2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증권가에선 올해 삼성SDI 전지사업부가 영업이익을 내고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재료인 코발트 가격이 최근 하락하고, 공정 효율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CATL 주가가 오르는 것과 함께 국내 관련주도 재평가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