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시장이 이달 들어 과열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출시 한 달 반 만에 운용자산을 2조5000억원대로 불린 코스닥벤처펀드가 수요예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흥행을 배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모주 시장 '앗 뜨거워'… 코스닥벤처펀드 '뭉칫돈' 유입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후 처음으로 이달 9~10일 수요예측을 한 제노레이를 비롯해 세종메디칼, 현대사료 등 세 곳의 평균 수요예측 경쟁률은 860 대 1에 달했다. 올 들어 펀드 출시 전까지 신규 상장한 15개사 평균인 410 대 1의 두 배를 웃도는 인기다.

기관투자가들이 공모주를 더 많이 받아가기 위해 경쟁적으로 비싼 가격을 써내면서 공모가액도 높아졌다. 의료용 영상진단 장비 제조업체인 제노레이와 복강경 수술용 의료기기 업체인 세종메디칼은 수요예측에 앞서 제시한 희망가격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에 공모가액을 확정했다. 현대사료는 제시 범위 최상단 가격으로 결정했다.

업계에선 코스닥시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코스닥벤처펀드가 수익률 제고를 위해 ‘공모주 우선배정 혜택’을 적극 활용하면서 공모주시장 열기를 달구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펀드는 전체 자산의 15% 이상을 벤처기업이 신규로 발행하는 주식과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메자닌에 투자해야 한다. 35%는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지정 해제된 지 7년 미만 기업 주식으로 채워야 한다. 요건을 갖춘 펀드는 공모 물량의 30%를 우선배정받을 수 있다.

한 코스닥벤처펀드 운용역은 “상당수 펀드가 메자닌 투자로 안정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공모주로 성과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며 “최근 메자닌 기대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공모주 투자에 더 공격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수요예측 시장의 열기가 일반 청약으로 옮겨붙으면서 공모가에 거품이 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과도한 청약 열기로 비싸게 매겨진 주가가 상장 후 떨어질 경우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를 급격히 냉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제노레이의 일반투자자 청약 경쟁률은 1028 대 1, 세종메디칼은 922대 1을 나타냈다.

한 증권사의 IPO담당 임원은 “펀드 간 경쟁으로 수요예측 열기가 과도하게 뜨거워진다면 상장 후 투자 손실 가능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며 “손실 사례가 속출하면 공모가액과 경쟁률이 급격히 하락하는 태세전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고운/나수지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