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털그룹과 템플턴자산운용 등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세계적 액티브펀드 운용사들이 최근 잇따라 한국 조선주 손절매에 나서고 있다. 조선업종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시기에 과감한 베팅에 나서 국내 금융투자업계를 놀라게 한 이들이 올 들어 손실을 감수하고 일부 지분을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템플턴자산운용은 지난 2월 말부터 약 한 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을 꾸준히 팔아 지분율이 종전 5.13%에서 3.10%로 낮아졌다. 템플턴은 2016년 10월 삼성중공업 지분 5.07%를 신규 취득했다고 공시한 뒤 1년3개월 만인 지난 1월엔 지분율을 5.13%로 끌어올렸다.

韓 조선주 손절매 나선 글로벌 가치투자 운용사들
템플턴이 처음 삼성중공업 ‘5% 이상 지분 보유’ 공시를 한 때는 정부 주도의 조선업 구조조정이 한창이던 때였다. 사업보고서상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3대 조선사 직원 수는 2015년 말 총 5만4582명에서 2016년 말 4만7515명으로, 1년 새 7067명(12.94%) 감소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조선 대형 3사 모두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기에 템플턴이 ‘사자’에 나서 꽤 놀랐다”며 “당시 템플턴은 구조조정 후 한국 조선산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템플턴이 상당 규모의 손실, 혹은 저조한 수익을 감수하고 지분을 매각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첫 투자에 대한 보고의무 발생일이었던 2016년 10월7일 8506원(종가)이었던 삼성중공업은 마지막 지분 축소 후 보고의무 발생일인 지난 3월6일 7509원으로 떨어져 이 기간에 11.72% 하락했다.

다른 글로벌 가치투자 운용사 캐피털그룹은 현대중공업 지분 축소에 나섰다. 2016년 6월 지분 5.05%를 사들이며 투자를 시작한 캐피털그룹은 작년 10월 지분율을 8.04%까지 끌어올렸지만, 올 들어 ‘팔자’로 돌아서 지난 3월 초 기준으로 3.86%로 줄었다.

캐피털그룹 역시 이 투자로 손실을 봤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대중공업은 캐피털그룹이 처음 투자한 작년 6월28일 16만3731원에서 마지막 지분 축소 보고의무 발생일인 지난 3월2일 13만1000원으로 19.99% 하락했다. 이들이 조선주 비중 축소에 나선 데는 첫 투자 당시 예측한 조선업 구조조정 완료 시점이 지연되고 있는 데다 지난 2월 초 미국발(發) 글로벌 조정 이후 펀드 가입자들의 환매 요청에 대한 대응 필요성 등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이들이 한국 조선주에 대한 완전한 ‘손털기’에 나선 것은 아니라는 게 금융투자업계 시각이다. 템플턴은 지난달 삼성중공업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90만9757주(주당 5870원·112억원어치)를 취득하기도 했다. 배세진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선박 가격이 오르고는 있지만, 원재료인 후판 가격 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조선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추가 선가 인상 여부가 수익성 개선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