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이 지난 11일 발행한 무보증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 ‘두산건설94’가 채권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신용등급이 ‘BB+’로 투기등급 채권이지만 기대수익률이 연 9%에 달하기 때문이다.

두산건설 BW 인기몰이 왜
17일 한국거래소 일반채권시장에서 두산건설94는 전날보다 94원 오른 9696.5원(액면가 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1일 9030원에 상장한 뒤 매수세가 몰리면서 5거래일 만에 666.5원 오른 것이다. 김형호 한국채권투자자문 대표는 “두산건설94는 표면이자율이 연 4%라 액면가인 1만원에 사도 연 4%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지금 액면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자본차익을 더해 연 8~10%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서 만기일 또는 조기상환청구일까지의 기대수익률이 낮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11일 종가 9409.5원을 기준으로 첫 조기상환청구일(2019년 11월11일)까지 기대수익률은 연 11%를 넘었다. 현재 연 9%대로 떨어졌지만 장내 채권시장 거래 종목 중 수익률이 네 번째로 높다.

지난 8~9일 청약 기간에 두산건설94는 경쟁률 26 대 1을 기록하며 높은 인기를 예고했다. 작년 3월 1500억원 규모 BW를 발행할 때 청약 경쟁률이 0.03 대 1에 그쳐 흥행에 실패한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표면이자율을 연 2.5%에서 4%로 높이고, 발행 규모를 15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줄인 것이 흥행에 도움이 됐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식 관련 사채를 담을 수 있는 코스닥벤처펀드들이 두산건설94 청약에 많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두산건설 실적이 개선되면서 채권 부도 위험이 거의 사라진 것도 투자 매력이 높은 요인으로 꼽힌다. 두산건설은 올 1분기까지 5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냈다. 올해 연간 순이익 흑자 전환도 기대된다. 부채비율은 지난 1분기 기준 22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에 발행한 신주인수권이 최근 무더기로 행사되며 지난 16일 두산건설 주가가 16% 넘게 급락했지만 채권 투자자에겐 오히려 호재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는 “신주인수권 행사로 주식 수가 늘면 주식 투자자에겐 부담이지만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자본(주식) 증가는 재무구조를 개선시켜 부도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