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14일 오후 3시55분

외국계 ‘큰손’들이 대거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서울 회현동에 있는 복합빌딩 AK타워 인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으로 얼어붙었던 한국과 중국 관계가 최근 풀리면서 명동과 남대문 상권이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K타워는 서울지하철 4호선 남대문시장역 역세권으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옆에 있다.

14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회사 AK씨앤씨는 남대문 7-2·9-2 도시환경정비지구에 지난 4월 말 준공한 AK타워를 팔기 위한 매각 주관사로 부동산 컨설팅회사 컬리어스인터내셔널코리아를 최근 선정했다. 다음달 5일 입찰을 받고 7월 안에 매각 절차를 끝낸다는 계획이다.

미국계 사모펀드(PEF)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비롯해 안젤로고든, 스탠다드차타드프라이빗에쿼티(SCPE), 오라이언자산운용, 거캐피털, 라살자산운용,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PGIM 등 미국과 홍콩, 유럽계 투자자들이 국내 자산운용사들과 손잡고 입찰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K타워는 오피스 용도의 A동과 식음료(F&B) 매장을 따로 갖춘 호텔인 B동으로 이뤄져 있다. 연면적은 A동이 1만7440㎡, B동은 4만3081㎡다. AK씨앤씨가 시행하고 (주)효성이 시공을 맡았다.

AK타워는 건물 남쪽 편에서 남산을 조망할 수 있고, 남산3호 터널을 통해 강남으로 드나들기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A동은 층별 연면적이 600㎡가량으로 좁은 편이지만, 큰 면적을 사용하지 않고 보안성이 높은 사무실을 원하는 외국계 기업들의 입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동 지하 2층~지상 5층의 식음료 공간을 임차하기 위한 대기업 계열 회사들의 경쟁도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 가격은 3.3㎡당 2700만원대, 총 5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대형 빌딩 거래 단위 면적당 최고가인 3.3㎡당 2810만원(광화문 더케이트윈타워)을 넘어 3.3㎡당 3000만원(총 55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2015년 착공해 순조롭게 진행되던 AK타워 건립은 2016년 사드 배치 논란으로 좌초 위기를 겪었다. 명동과 남대문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급감한 탓이다. AK씨앤씨는 건설 과정 중 두 차례에 걸쳐 아쎈다스자산운용 및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과 수의계약 형태로 프로젝트 통매각을 추진하기도 했다. 두 회사가 자금 조달에 실패하면서 무산됐다.

그러나 최근 한·중 관계에 훈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프로젝트 초기 20년 동안 이 건물에서 호텔을 운영하기로 장기 임차계약을 맺은 신세계 조선호텔은 당초 4성급 비즈니스 호텔을 넣으려 했지만 지난해 최고급 호텔을 입점시키기로 선회했다. 이르면 오는 7월 새 부티크 호텔 브랜드인 ‘레스케이프(L’Escape)’ 1호점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