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는 다음달부터 중국본토에 상장된 약 235개 대형주를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한다. 먼저 다음달 1일 중국 A주 유통 시가총액의 2.5%를 편입하고 8월 말 2.5%를 추가로 늘린다. 이후 몇 년에 걸쳐 중국 비중을 확대하고 한국을 비롯한 나머지 국가 비중은 줄인다. 지수 편입이 본격화하면 국내 증시에서 수십조원의 자금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음달 중국 중형주와 사우디아라비아 주식 등의 신흥국지수 편입 여부가 결정되면 비중 조정에 따른 충격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中 A주 100% 편입 땐, 韓 증시서 외국인 자금 30兆 '엑소더스'
◆국내 증권사 “단기 충격 적을 것”

MSCI지수는 미국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이 작성·발표하는 세계적인 주가지수다. 전 세계 10조달러(약 1경732조원) 규모의 자산이 MSCI 지수를 추종하고 있으며, 900개 이상의 상장지수펀드(ETF)가 이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중국 A주가 5% 편입되면 한국에서 약 1조5000억원, 100% 편입 땐 약 30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MSCI 신흥국 지수 추종자금 1조2000억달러에 한국 비중 감소폭 0.12%포인트(중국 A주 시가총액 5% 편입), 2.39%포인트(100% 편입)를 적용한 결과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보다 많은 4조원과 46조원이 유출될 것으로 추정했다.

국내 증권사 중에선 ‘예고된 이벤트’이기 때문에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는 곳들이 있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2015~2016년 알리바바 바이두 등 미국에 상장된 중국 해외 상장 주식예탁증서(ADR)가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됐을 때 한국 주식시장 충격은 크지 않았다”며 “이번에도 단기적인 영향만 줄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원 키움증권 글로벌주식팀장은 “일반적으로 중국 증시가 상승하고 경기가 활성화되면 반도체 등 소재를 수출하는 한국 상장사에도 호재”라며 “MSCI지수 편입 등 계량적 요인들로만 증시 영향을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계 금융회사들의 시각은 다르다. JP모간은 이번 편입에 따라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펀드 자금만 약 66억달러(약 7조원)가 중국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필리포 고리 JP모간 아시아태평양 마케팅 및 세일즈담당 헤드는 “중국당국의 규제 완화와 MSCI 편입으로 외국인 기관투자가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며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는 액티브펀드 자금은 패시브펀드보다 몇 배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홍콩에 본사를 둔 리서치회사 게이브칼의 루이스 빈센트 사장은 “세계적으로 MSCI를 추종하는 ETF 자금의 영향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기 때문에 충격이 작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상당수 신흥국 증시에 분명한 악재”라고 말했다.

◆중국 증시로 몰리는 외국인

이번 중국 A주 대형주 편입이 끝은 아니다. MSCI는 다음달 중국 A주 중형주 181개의 추가 편입과 사우디아라비아 주식 등의 신흥국지수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헨리 페르난데스 MSCI 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추가로 편입되면 한국으로 유입되는 외국인 자금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신흥국 내 한국 입지 축소를 경고했다. 조윤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우디아라비아가 편입되면 4조원의 자금이 추가로 이탈할 수 있다”며 “중국 A주 편입보다 갈수록 확대되는 신흥국 편입을 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미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달 후구퉁(홍콩에서 상하이증시에 투자), 선구퉁(홍콩에서 선전증시에 투자)을 통해 중국 본토 증시로 순유입된 외국인 자금 규모는 총 386억5000만위안(약 6조5000억원)에 달했다. MSCI 편입 기대를 미리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서는 1조380억원이 빠져나갔다.

지난달 A주에 투자한 외국인들의 하루 거래량은 27억위안으로, 전달의 6억~7억위안에서 크게 증가했다. 중국당국은 이달부터 외국인들의 상하이 및 선전증시 하루 거래 한도를 네 배로 늘렸다. 홍콩에서 상하이와 선전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의 하루 거래 한도는 130억위안에서 520억위안으로, 중국본토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에 투자하는 하루 거래 한도는 105억위안에서 420억위안으로 늘어났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