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3일 오후 3시25분

지난달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금액은 5조7310억원을 기록해 5년6개월 만에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가 시작되자 기업들이 이자비용이 더 오르기 전에 선제적인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한국경제신문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이마트 현대백화점 SK에너지 등 국내 31개 기업이 공모 회사채 발행을 통해 총 5조7310억원을 조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 10월 6조390억원 이후 월별 기준으로 가장 많은 금액이다.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채권 발행을 하겠다는 기업들이 몰렸다. 지난달 30일 기준 3년 만기 ‘AA-’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연 2.819%, 같은 만기의 ‘BBB-’등급 회사채 평균 금리는 연 9.039%로, 지난 1년간 각각 0.6%포인트가량 올랐다. 올해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최소 한 번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자금 조달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분석된다.

회사채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도 발행을 부추겼다. 지난달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회사채를 사들이기 위해 수요예측에서 낸 매수 주문 규모는 총 13조8940억원으로, 지난 2월(13조2880억원) 이후 두 달 만에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올 들어 금리 변동성이 커지자 기관들은 채권값 변동을 노리는 대신 비교적 금리가 높은 채권을 사서 고정적인 이자 수익을 받는 쪽으로 투자 전략을 바꾸고 있다.

서재춘 미래에셋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국고채 가격 변동을 노려 수익을 내기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금리가 높은 회사채를 매입해 만기까지 보유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기관이 많다”고 말했다.

비우량채권으로 평가받는 ‘BBB급(BBB-~BBB+)’ 신용도를 가진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연초 AJ네트웍스 한진 등이 채권 투자 수요를 확보하자 지난달 대한항공 한화건설 등 BBB급 기업 네 곳이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이달에도 폴라리스쉬핑이 3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는 등 저(低)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이 이어지고 있다.

채권시장 ‘큰손’ 중 하나인 보험사들이 2021년 새 회계처리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공격적인 매입에 나서면서 장기 회사채 발행도 활기를 띠고 있다. 보험 부채를 시가평가해야 하는 IFRS17이 시행되면 부채 만기가 길어지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자산과 부채 만기를 일치시키려고 장기 채권 비중을 늘리고 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