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잇따른 '악재'에도…증권사들 매수 권하는 이유
한미약품이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내놨다. 올 초부터 잇따른 임상 중단 악재에 이어 실적도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지만 주가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모양새다.

3일 오후 3시 현재 유가증권시장에서 한미약품은 전날보다 2000원(0.43%) 오른 46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한미약품은 1분기 26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16.2% 감소한 실적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2457억원으로 5.2%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112억원으로 54.5% 줄었다.

한미약품 측은 올해 1분기 연구개발(R&D) 투자액이 큰 탓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10.1% 많은 469억원을 투자하면서 비용 늘었고 지난해 기술료 수익으로 인한 기고효과가 작용해 실적이 감소했다는 것이다.

올 초부터 한미약품의 악재는 계속되는 양상이다. 지난 2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릴리에 기술수출한 면역질환 치료제 ‘HM71224’의 임상 2상 시험을 중단했다. 4월에는 첫 번째 자체 개발 신약인 내성표적 폐암신약 '올리타(성분 올무티닙)' 개발을 포기했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주가는 실적 공시 당일 1%가량 하락했다가 이날부터 다시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다. 임상 중단 악재와 실적 부진이 주가에는 크게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다른 신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중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연이은 여러 악재에도 포지오티닙, 롤론티스 등 다른 파이프라인 임상은 진행 중이라는 점이 긍정적"이라며 한미약품을 제약 업종 내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미국 MD 앤더슨 암센터에서 진행한 포지오티닙의 'EGFR' 및 'HER2 엑손20' 유전자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전임상 및 임상 결과에 따르면 포지오티닙은 우수한 효력을 보였다. 또 동물실험에서 기존 'EGFR TKI' 치료제 대비 우수한 약효 활성화를 나타냈다. 또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롤론티스는 올 하반기에 허가를 신청해 내년 제품 출시를 목표로 상업화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을 증권가에서는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BTK면역치료제 임상 중단, 올리타 개발 중단 등의 악재가 있었지만 전임상 단계의 파이프라인 임상 진입 등으로 파이프라인 가치는 꾸준히 상승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현재 주가는 저평가 구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감이 나오기도 한다. R&D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 개선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신규 파이프라인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한화투자증권은 투자의견을 ‘보유(HOLD)'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를 낮춰 잡은 증권사도 있다. KTB투자증권은 기존 61만원에서 60만원으로, 신한금융투자는 기존 60만원에서 57만원으로 목표가를 하향했다.

신현준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문의약품을 중심으로 하는 실적 개선은 긍정적이지만 자체 추진 R&D 활동 증가로 인한 비용 증가에 따라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