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해 추진해온 해외 합작 거래소 사업이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증권 업계에서 나온다. 수년째 이어진 적자에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로비성 출장’ 의혹까지 겹치면서 된서리를 맞은 것이다.

15일 ‘2017년도 한국거래소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가 지분 49%를 가진 라오스증권거래소(LSX)는 지난해 17억8206만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라오스거래소는 한국거래소와 라오스중앙은행 간 합작으로 2011년 개장했다. 한국거래소가 지금까지 출자한 금액은 모두 151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라오스거래소는 출범 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적자 규모는 2011년 4억9000만원에서 점점 커져 2015년 32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한국거래소는 매년 수십억원의 자산가치 하락분을 재무제표상 손실(손상차손)로 반영하고 있다. 작년에는 손상차손액이 50억원까지 불어났다. 4년간 누적 손상차손이 120억원에 달하면서 한국거래소의 지분 장부금액은 31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한국거래소가 캄보디아 정부와 합작으로 2012년 설립한 캄보디아거래소(CSX)도 상황이 비슷하다. 한국거래소는 102억원을 캄보디아에 투자했지만 장기손실로 지난해 말 48억5162만원을 손상차손으로 처리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해까지 65억원을 출자해 지분 25%를 확보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증권거래소(RSE)는 지난해 3190만원의 이익을 냈다. 하지만 우즈베크 통화의 급격한 평가절하로 한국거래소는 44억원을 손상차손으로 반영해야 했다.

타슈켄트거래소는 김 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던 2014년 3월 피감기관인 한국거래소의 지원을 받아 출장을 다녀온 곳이기도 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해외 거래소 사업은 자본시장이 발달하지 않은 국가에서 인프라 구축으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며 “단기적 이익 창출보단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