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찾아왔지만 정보기술(IT)주에 대한 투자심리는 차갑게 식어 있다. 외국계 증권사들이 “반도체 경기가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달 기술주 위주의 미국 나스닥지수가 급락하면서 국내 IT주도 하강 곡선을 그렸다. 원화 강세도 수출 비중이 높은 IT주에 악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얼음 밑에서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실적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믿을 건 IT주’라는 분위기가 시장에 퍼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도 실적 개선 IT주를 ‘입도선매’하고 있다.
바이오에 묻혔던 IT株, 실적 타고 돌아온다
◆IT주로 갈아타는 외국인

13일 코스피지수는 12.36포인트(0.51%) 오른 2455.07에 마감했다. 삼성전자(1.63%), SK하이닉스(0.24%), 삼성전기(2.60%) 등 대형 IT주가 상승세를 주도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번주 SK하이닉스(1744억원 순매수), 삼성전기(1543억원), 삼성전자(1350억원) 등 IT주를 주로 사들였다. 주가가 많이 오른 셀트리온(1217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312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211억원) 등 제약·바이오주는 순매도하면서 차익을 실현했다.

투자자들은 바이오주에서 IT주로 순환매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액티브운용팀장은 “삼성전자가 시장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15조6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실적 시즌이 시작되면서 가격이 많이 떨어진 IT주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주식운용실장은 “뉴욕 증시의 글로벌 테크 상장지수펀드(ETF)에 다시 대규모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 업종과 높은 상관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IT주의 반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IT주는 삼성전기다. 이달 들어서만 12.32% 오르면서 ‘V’자 반등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1분기 영업이익은 13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0.1%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공급 부족이 심해지면서 업계 1위인 일본 무라타가 가격 인상에 나섰다”며 “올 하반기에는 자동차 전장용 MLCC 매출이 본격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키움증권은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13만원에서 14만원으로 올렸다. 이달 들어 다섯 개 증권사가 삼성전기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아이폰X 충격’ 벗어나나

코스닥시장의 반도체·휴대폰 부품주와 장비주도 되살아나는 분위기다. 이날 테스, 원익머트리얼즈 등의 상승세에 힘입어 코스닥지수는 10.42포인트(1.18%) 오른 891.87에 마감했다.

IT 중소형주는 작년 주식시장의 ‘스타’였지만 올해 초 애플 아이폰X 판매 부진 쇼크로 하향세를 탔다. 애플이 부품 주문을 줄이면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공급사 삼성디스플레이뿐 아니라 OLED 패널에 필요한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을 납품하는 국내 2차 협력사인 비에이치, 인터플렉스 등도 연쇄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IT주 비중을 늘렸던 펀드매니저들이 대거 바이오주로 갈아타면서 하락폭은 더 커졌다.

하지만 올 하반기 출시될 새 스마트폰들의 부품 양산이 시작되면서 투자심리가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비에이치는 이달 들어 29.31% 오르며 연초 주가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스마트폰의 OLED 디스플레이 채용 비중이 커지면서 비에이치가 수혜를 볼 것”이라며 이 회사 목표주가로 3만1000원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원익IPS, 이오테크닉스, 솔브레인, 유진테크, 유니테스트 등도 실적 개선 IT 중소형주로 꼽았다.

IT주가 주도주로 복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화 강세가 장기화하고 수출주 전반의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어 바이오 업종의 상대적 매력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