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현대자동차그룹을 ‘정조준’하면서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주가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살펴볼 때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실적 등 펀더멘털(기초체력)도 감안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자동차그룹주는 일제히 상승했다. 지배구조 개편 후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놓이게 되는 현대모비스가 3.52% 오른 것을 비롯해 현대차(2.96%), 기아자동차(2.52%), 현대글로비스(3.01%) 등이 모두 ‘빨간불’을 켰다. 코스피지수가 1.41% 하락하는 약세장 속에서도 강세를 나타냈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지난달 28일 발표된 이후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상향하는 등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런 분위기에서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주주 이익 제고를 요구하자 주가가 급등했다.

과거 한국 증시에서 헤지펀드가 추가적인 주주 이익 환원 등을 요구하며 투자한 기업을 공격했을 때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다. 2016년 10월6일 엘리엇이 지배구조 개편을 문제로 들어 삼성전자 분할과 30조원의 현금 배당, 미국 상장 등을 요구했을 때 삼성전자 주가는 당일 4.45% 올랐다. 당시 160만원대였던 삼성전자 주가는 5개월 뒤 200만원대에 진입했다.

2005년 ‘SK-소버린 사태’나 2006년 ‘KT-칼 아이칸 사태’ 때도 공격받은 기업의 주가가 오른 점을 고려하면 이번 엘리엇의 움직임 역시 주가에 긍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엘리엇이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주주 가치 증대에 유리한 방향으로 할 테니 일단 주가에는 긍정적이라고 판단된다”며 “다만 2016년 당시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었고 지금 현대차그룹은 업황이 좋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작년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파업 등의 영향으로 최악의 실적을 내 주가가 바닥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나온 제안이기 때문에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이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지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기 때문에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긴 이르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