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기업 AI투자 '藥일까 毒일까'
연초 100만원 돌파를 눈앞에 뒀던 네이버 주가가 부진을 거듭하고 있다. 네이버는 3일 78만5000원에 마감해 연초 고점 대비 17.4% 하락했다. 카카오도 같은 기간 19.4% 떨어져 2.8% 하락에 그친 코스피지수와 대비된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인터넷 기업들이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며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라며 “단기 실적보다 장기 성장성을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네이버의 투자 비용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1조1302억원으로 전년도 1조152억원에서 11% 늘었다. 서버 등 설비투자액(CAPEX)은 작년 5067억원으로 2016년 1799억원에서 181% 증가했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5%로 삼성전자(6.9%), 구글(16%)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연구개발비는 영업비용에 반영돼 영업이익을 떨어뜨린다. 이경일 흥국증권 연구원은 “AI 투자 확대로 네이버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1분기 27.4%에서 작년 4분기 23% 수준까지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인터넷 업계는 AI 경쟁력에 미래가 달렸다고 보고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향후 3년간 AI 등 신기술에 5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고, 카카오는 올 1월 글로벌주식예탁증서(GDR)를 발행해 조달한 10억달러를 AI와 콘텐츠 투자에 쓰기로 했다. 게임회사인 넷마블게임즈는 지난달 주주총회를 열어 사명을 넷마블로 바꾸고 AI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블록체인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높지만, 실적에 따라 주가가 요동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의 경우 신사업 및 신기술의 잠재력을 보면 100만원 이상의 목표주가는 유효하다”며 “다만 올해는 뚜렷한 실적 개선이 나타나기 어려워 넓게는 70만~100만원, 좁게는 80만~90만원 구간에서 매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