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는 이미 증시에 반영됐다. 실적 개선 추세에 비해 덜 오른 중소형주에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22일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10년7개월 만에 역전됐다. 국내 주요 펀드매니저 5명은 미국의 금리인상이 국내 주식시장에 미칠 파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초저금리 시대에 적합한 투자 방식은 바꿀 때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금리인상 우려 이미 반영… IT·중소형 가치주에 주목"
◆외국인, 불확실성 해소에 ‘사자’

이날 코스피지수는 11.05포인트(0.44%) 오른 2496.02에 마감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고조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분석에 장 초반 2500선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오후 들어 상승폭을 줄였다.

펀드매니저들은 “미국의 금리인상과 제롬 파월 Fed 의장의 발언이 예상한 수준에 머물렀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대한 시장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성한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주식운용실장은 “미국 금리인상 우려는 지난달 증시에 먼저 반영된 측면이 있다”며 “원·달러 환율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외국계 자금의 급격한 유출 현상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3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서 2123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는 300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3.5%를 넘어서기 전까지 주식시장에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며 “금리인상 자체보다는 물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회복 등 인상 배경에 주목할 때”라고 말했다. “금리인상 결정이 경기 호황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측면도 있는 만큼 최근 실적 개선 전망이 많이 나오는 정보기술(IT)주와 경기 회복기에 유리한 조선, 기계 등 산업재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부 바이오주 주의”

“앞으로 증시가 크게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종목의 매도를 늘리는 촉매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는 “저금리 환경에서 나타났던 흐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며 “투자 전략을 바꿀 때가 됐다”고 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볼 때 금리 인상기에는 PER이 높은 주식의 매력이 떨어졌다”며 “저평가된 가치주, 순현금 비중이 높은 안정적인 주식으로 투자자금이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PER이 100배 이상으로 치솟아 ‘과열 논란’이 불거진 일부 바이오 종목은 급락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 펀드매니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뚜렷해질 것이란 시각도 많았다. 민수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밸류본부장은 “작년처럼 전체 업종이 골고루 오르면서 지수가 꾸준히 오르는 장세가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는 “최근 유통업종에서 신세계, 게임업종에서 컴투스가 특히 많이 오르는 것처럼 업종 내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 본부장은 “종목을 선별해 투자하는 액티브펀드가 유망할 것”이라며 “정부 정책 기대와 함께 수급이 개선되고 있는 중소형주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사장도 “종목별 옥석 가리기에 나설 시기가 왔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인상이 최근 주식시장에서 나타난 투기적 흐름을 꺾어 놓을 것”으로 예상했다. 허 사장은 “달러 약세 현상이 진정되면서 수출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는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