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재무] 론스타에 스타타워 매각관련 세금 물리고 얻은 '소중한 교훈'
미국 텍사스에 본사를 둔 사모펀드(PEF) 운용사 론스타는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 잘 알려진 이름이다. 2003년 부실화한 외환은행을 싸게 인수해 2011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 5조원에 육박하는 시세차익을 올리며 이른바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선 회사기 때문이다.

최근 부동산 금융업계에서 론스타가 다시 화제다. 2004년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현 강남파이낸스센터·사진) 매각 차익에 대한 법인세와 가산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12일 론스타가 최종 패소하면서다. 1040억원가량의 세금을 물게 된 론스타는 한국인에게 ‘먹튀의 추억’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먹튀보다 론스타가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남긴 유산에 대해 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나온다.

론스타는 2001년 현대산업개발로부터 스타타워를 약 6300억원에 매입해 2004년 싱가포르투자청(GIC)에 9000억원가량에 팔았다. 시세차익만으로 연 18%의 수익률을 올렸다. 하지만 이 같은 성공적인 수익률은 그만큼의 위험(리스크)을 무릅썼기 때문에 가능했다.

스타타워의 본래 이름은 I(아이)타워. 1995년 현대그룹 사옥용으로 계획됐다. 1990년대 후반 현대가(家)가 쪼개지면서 용도를 잃었다. 외환위기로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건물을 짓기 위해 수천억을 조달한 현대산업개발로서는 반드시 팔아야 할 자산이었다.

2000년 JP모간 등 외국계 투자자들이 매입을 타진했지만 현대산업개발에 임차 확약을 요구하는 등 조건이 맞지 않았다. 건물을 빌려 쓸 사람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론스타가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업계에선 이런 투자를 ‘기회추구형(opportunistic)’이라고 부른다. 공실을 채우지 못할 리스크를 기꺼이 감수하고 인수한 뒤 건물의 가치를 올려 비싸게 되파는 전략이다. 반면 도심 한가운데 공실이 거의 없는 건물을 인수하는 건 ‘핵심(core)’ 투자라고 한다. 리스크가 작은 만큼 수익률도 낮다.

론스타가 기회추구형 투자로 3년간 수천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사건은 정체돼 있던 국내 부동산 간접투자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외국계 큰손들이 속속 한국 시장에 들어왔다. 모건스탠리는 대우빌딩(현 서울스퀘어)을 사들였고, 메릴린치는 을지로 센터원(현 미래에셋센터원) 지분에 수천억원을 넣었다. GIC, 아부다비투자청(ADIA) 등 해외 거대 국부펀드와 연기금들도 한국 부동산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시장참여자도 속속 생겨났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와 부동산 펀드 등의 법률이 완비돼 기관투자가의 시장 참여를 이끌었다.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자산운용사도 생겨났다.

이방주 JR투자운용 회장은 “나를 부동산 투자 시장으로 이끈 건 I타워(스타타워) 매각이었다”고 밝힌 적이 있다. 2008년까지 현대산업개발 부회장을 지낸 이 회장은 론스타의 스타타워 매입과 매각까지 전 과정을 지켜봤다.

론스타가 13년 만에 1000억원대의 세금을 부과받은 사건도 ‘과세 당국의 승리’라기보다 대형 부동산 간접 투자와 관련된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가운데 벌어진 법률 공방으로 여겨야 한다는 게 부동산 금융업계의 시각이다.

한 국내 공제회의 부동산 투자 담당자는 “론스타의 스타타워 매각을 먹튀라고 비난하기에 앞서 당시에도 적지 않은 돈을 굴리고 있던 국내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는 왜 이런 투자 기회를 놓쳤는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