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그룹이 오는 28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O2O(온·오프라인 연계) 기업 케어랩스에 공모가를 웃도는 가격으로 100억원을 투자해 시장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녹십자그룹의 ‘과감한 베팅’이 성공일지 실패일지는 상장 후 주가 흐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녹십자그룹은 지난해 11월 주당 2만3100원에 케어랩스 주식 43만2900주(공모 후 지분율 7.24%)를 사들였다. 녹십자홀딩스와 녹십자웰빙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총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투자는 녹십자그룹 3세 경영자인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케어랩스는 지난 15일 공모가를 녹십자그룹의 투자 단가에 미치지 못하는 2만원으로 확정했다. 상장을 앞둔 기업에 투자할 때 통상 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에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증권업계에서는 녹십자그룹이 투자하기 직전인 지난해 9월 케어랩스가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전환가격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했다.

케어랩스는 처방전 보안시스템 기업인 이디비 지분 51%를 인수하면서 이디비 최대주주를 대상으로 55억여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이 CB의 전환가격이 2만8861원(발행 당시 3만2000원에서 추후 조정)이어서 녹십자그룹의 투자 단가도 공모가보다 다소 높아졌다는 얘기다. 또 O2O 기업이 상장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어서 희망 공모가 범위가 다소 보수적으로 책정된 측면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상장 후 케어랩스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가 관건”이라며 “주가가 녹십자의 투자 단가 이상으로 오르지 못하면 ‘실패한 투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녹십자그룹 측은 “단순 투자가 아니라 사업 협력을 위해 케어랩스 투자를 결정했다”며 “주식도 상장 후 6개월 동안 보호예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케어랩스는 19~20일 일반 청약을 받아 코스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